<미디어스>가 개편과 함께 ‘이 기사 강추 VS 비추’를 시작합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일간지의 기사와 칼럼, 사설 등을 매일 모니터링해 ‘베스트’와 ‘워스트’를 추천하겠습니다. 해당 꼭지는 아침 편집회의를 거쳐 결정됩니다. 집필은 여러 필자들이 돌아가며 하되, 미디어스 차원의 공식적인 글이기에 개인 필자가 아닌 미디어스 이름으로 게재합니다. 미디어스는 어떤 예단도 없이 엄격하게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나, 특정 매체에 베스트와 워스트가 편중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 일간지의 지형와 수준을 깊이 우려합니다.

강추 : 경향신문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도 속도 낼 때다”

▲ 경향신문 4월27일치 사설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도 속도 낼 때다’
소용돌이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조중동의 노무현 조롱은 사상 유례없는 수준이고, 모든 언론들이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스펙터클을 전달하기 위한 만만의 채비를 갖춰가고 있다. ‘생계형 잡법’이라는 모욕과 ‘한국 정치사의 불행’이라는 장탄식에 가려진 또 다른 진실은 없을까? 경향신문의 당일 사설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했다. 어찌되었건 박연차 주변의 차고 넘치던 의혹 가운데 ‘죽은 권력’과 관련한 절반은 완전히 일소되어 가는 상황이다. 여기가 종착지여서는 곤란하다. 노무현은 정류장일 뿐이다. 이제 검찰의 시선을 나머지 절반의 의혹으로 보내야 한다. 언론은 응당 ‘살아있는 권력’의 문제를 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이면서 박연차 회장의
▲ 중앙일보 42면 ‘김진의 시시각각’
형님이기도 했던 천신일 회장을 지면에, 화면에 세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낸 특별당비 30억을 둘러싼 석연찮은 돈거래에 대한 시중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생계형 잡법’ 수준의 범죄를 훌쩍 뛰어넘는 문제이다. 맞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속도 낼 때다.

비추 : 중앙일보- “MB의 마지막 라이벌”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일지도 모르겠으나,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글을 읽을 때마다 40~50대 남성 독자만을 위한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번 칼럼은 김진식 글쓰기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정치의 야사를 훑으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박정희와 김대중을 대립적 중심으로 하는 ‘무협지’스런 구도, 그리고 정주영과 같은 추억의 이름들을 환기해내는 낭만스러움까지. 그의 글쓰기에는 시대를 예민하게 읽으려는 젠더적 감수성이 없고,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인식론적 지평이 없다. 오로지 물고 뜯는, 타도하고 제끼는 이분법적 재미만 가득할 뿐이다. 북한을 짐승, 야수에 비유하고 이명박을 그에 맞서는 조련사로 상상한 그의 황폐한 감수성은 유럽 고급지들이 선호하는 판형이라는 베를리너판 중앙일보의 품격을 보여준다. 논설의 일합을 겨루기에 그의 시선은 너무 마초적이고, 그의 글은 너무 편협하며, 그의 앎은 너무 사소하다. 중앙일보가 미래 독자를 위해 바꿔야 할 것은 판만이 아니다. 진심으로 충고한다. 중앙일보, 논설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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