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의 노래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걸그룹의 노래가 기존 걸그룹과 비슷하다고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비난하는 태도엔 공감하기 어렵다.

블랙핑크는 지난 14일 SBS <인기가요>로 지상파 정식 데뷔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같은 방송에서 ‘휘파람’으로 1위를 했다. 이는 사실 전무후무한 일로 역대 걸그룹 중에서 가장 빠른 1위 소식이다. 미스에이가 22일, 2NE1이 28일 만에 지상파 1위를 한 것에 비해서도 놀라운 성적이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 1위를 두고 폄하하고 비난하는 댓글들이 넘쳤다. 그들의 반응을 보자. “7일? 이거 미친 듯. 이러니 가요순위를 믿을 수가 없지”, “소속사빨이 좋긴 좋네”, “알지도 못하는데 1위”, “지들도 쪽팔릴 듯”, “음원사재기가 진실이라고 느껴지네요”, “밀월관계?”, “YG에서 돈 좀 풀었네요” 등의 반응. 이 중 이성적으로 이해할 만한 반응은 없다는 것이 문제.

SBS <인기가요>

‘7일 만에 가요순위에 1위 오른 게 있을 수 없다’는 반응부터 본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 그 7일뿐만 아니라 방송 전 오픈된 뮤비를 통해서 얻은 인기도 있었거니와 14일 방송 데뷔부터 지금까지 그녀들은 국내 대부분의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찍고 있는 상태이기에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또 국내 음원 순위뿐만 아니라 해외 음원 순위에서도 블랙핑크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기에 1위를 못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소속사빨이 좋아서’란 댓글도 납득하기 어렵다. 속사발이 좋다는 소리는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1위를 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고, 팬덤 등의 동원으로 1위를 했다는 것인데, 데뷔 1주일 된 걸그룹이 팬덤이 생기면 또 얼마나 생겼겠는가!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한 주장이다.

‘알지도 못하는 데 1위’? 자신이 모른다고 대중이 모를 것이라고 단정하는 편협함은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 못할 일이다.

‘음원 사재기가 진실이라고 느껴진다’는 말도 우스운 소리다. 음원 사재기에 있어 가장 활발하게 단속을 하자는 곳이 YG엔터테인먼트인 현실에서 그 소리는 어이없는 말이고, 객관적으로 나온 성적 중 유튜브 조회수만 보더라도 음원 사재기를 해 얻은 인기가 아니란 것은 증명되는 것이기에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휘파람’과 ‘붐바야’는 외국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는 데서도 사재기는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이다.

SBS <인기가요>

‘밀월관계’는 YG엔터테인먼트가 SBS에서 가장 원하는 방식의 무대를 제공해주기에 SBS 독점으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KBS나 MBC에서 YG아티스트들에 대해 같은 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들은 구분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밀월관계도 맞지 않는 주장일 수밖에 없다.
‘YG에서 돈 좀 풀었네요’라는 소리는 음원사재기 한다는 부분과 비슷한 억지소리이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대중의 반응이 이해 안 된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중은 ‘휘파람’을 더 좋아하는 분위기이고, 외국에서는 ‘붐바야’에 대한 반응이 좀 더 큰 시점이다. 국내에선 ‘휘파람’이 대중적이라고 하지만, 외국인의 반응은 ‘붐바야’가 좀 더 대중적인 매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인의 반응을 볼 수 있는 유튜브에서의 평가를 보면 블랙핑크에 대해 2NE1이 생각나긴 하지만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다른 걸그룹에 대한 평가 부분에선 ‘예쁘다’, ‘스타일이 좋다’ 등의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비해, 블랙핑크에 대해선 ‘멋있다’, ‘목소리가 유니크하다’, ‘4인의 매력이 뚜렷하다’ 등의 좀 더 세밀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랙핑크는 분명 매력적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같은 반응이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자기가 모른다고 이들의 성취를 폄하하는 것은 무척이나 편협한 태도일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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