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가 32년 만에 리부트되어 돌아왔다. 그런데 주인공의 성이 죄다 뒤바뀌어 있다. 남성 4인방 주인공이 여성으로 바뀌고, 여성 비서의 성 역시 ‘토르’의 히어로 크리스 햄스워스로 바뀌는 방식으로 ‘젠더 스와프(Gender Swap)’, 성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유령을 잡는 전사가 꼭 남자가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발상은 여성의 자의식 발현, 혹은 여성의 사회 기여도가 높아지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된 <고스트버스터즈>는 원년 주인공 멤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 명의 남자주인공 외에도 히로인 시고니 위버까지 찾아볼 수 있어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원작의 남자주인공은 네 명인데, 왜 세 명의 남자주인공만 찾아볼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원작에서 이곤스 펜들러(안경 쓴 남자주인공)를 연기한 해롤드 래미스가 고인이 된 까닭에 남자주인공 세 명만 카메오로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스틸 이미지

<고스트버스터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성이 주인공이 된다는 설정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크리스 햄스워스가 연기하는 남자 비서 ‘케빈’이라는 캐릭터이다. 케빈은 전화기가 바로 옆에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는 비서의 역할조차 귀찮아한다. 전화 응대가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문으로 전화 응대해대기 일쑤다.

통상적인 직장이라면 잘리기 일보 직전의 민폐남이지만, 근육질의 댄디보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여성 고스트버스터즈 대원들의 비서직으로 살아남아 있다. 통상적인 영화였다면 비서를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설정했을 것이고, 그 여성 비서가 민폐녀가 되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는 이런 고정관념을 비튼다. 민폐녀 비서가 아닌 ‘민폐남 비서’ 설정을 통해 통상적인 영화에서의 젠더적인 관념을 역전하고 비튼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여성은 심리학적 용어 가운데 하나인 ‘역하지각’적으로, 관객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주인공 혹은 플롯에서 민폐를 끼치는 민폐녀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월드워Z>에서 브래드 피트가 좀비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그에게 전화를 거는 건 브래드 피트의 아내였다.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 탓에 브래드 피트는 좀비들의 거센 추격을 피해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야만 했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스틸 이미지

어디 그뿐인가.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이하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인 김대명을 경계하지도 않고 멋모르고 따라갔다가 위험을 자초하고 만다. <굿바이 싱글>에서 김현수는 대리모가 탄로 날 것을 우려한 김혜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집밖으로 나갔다가 언론에 노출되어 김혜수에게 민폐를 저지르고 만다. 몇 가지 사례의 영화만 보더라도 수많은 영화에서 여성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한데 <고스트버스터즈>는 민폐를 끼치는 역할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젠더 스와프, 성의 교체를 통해 역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또한 그동안 여성은 남성에게 구원받는 존재,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캐릭터로 묘사되기 쉬웠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는 다르다. 도리어 여성이 크리스 햄스워스를 구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마저 뒤흔드는 <고스트버스터즈>의 용감무쌍한 젠더 스와프, 성의 교체가 ‘역전의 미학’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을 민폐녀로 묘사해왔던 기존 영화에 똥침을 놓는 영화가 <고스트버스터즈>일 것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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