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나섰다. PSI 때문이 아니다. 개성공단도 아니다. 북한이 콕 찍었다. 신해철을.

지난 17일, 라이트코리아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가수 신해철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해철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 로켓발사 성공 경축’이라는 글을 쓴 게 화근이었다. 부지런들도 하셔라. 혹시 ‘마왕’을 추종하는 이가 두 단체에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그런 것들은 그렇게도 빨리들 캐치하시는지. 하여간 한동안 신해철은 충분히 시달리게 생겼다. 고발까지 된 마당이어서 그럴까, 국회의원과의 저열한 설전에도 거침이 없으셨다. ‘마왕’에게는 어쩌면 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 신해철의 '북한 로켓발사 성공 경축' 글 @ 신해철 홈페이지
이미 <신해철의 데미지>에서 때리고, 부시고, 배신하고 별별 사람들과 별별 일들을 지켜보고, <안티VS스타>에서 자기 싫다고 들이대는 사람들과 손까지 묶고 돌아다녀 본 그이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본 그도 ‘북한 로켓 발사 성공 경축’ 발언은 “코믹”이라 설명하면서 “당혹스럽다”고 했다. 하긴 짜여진 케이블 프로그램의 각본과는 달리 신해철의 경축 발언은 예상치 못한 리얼리티로 ‘빵’하고 터졌으니, 그야말로 ‘로켓’스럽다고나 할까. 하여간 그는 이제 ‘마왕의 아이콘’에 이어 미디어 사회면의 ‘피로의 아이콘’으로 굳어가고 있다.

무슨 소리냐고? 그의 ‘경축’ 발언을 북한까지 한몫 거들고 나섰다. 지난 26일,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신해철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한 단체들을 “동족 대결에 환장한 자들이 일으키는 또 하나의 히스테리적 발작”이라고 비난했단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발이다. 그러니까 <민주조선>은 신해철의 ‘로켓 경축’ 글을 “가수 신해철이 우리의 위성발사 성공을 두고 한 핏줄을 나눈 동족으로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 기쁨을 담은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석한 셈이다.

점점 산으로 간다. 세상천지가 무릎팍 산이다. 그러니까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을 좀 웃어보자고, 홈페이지에 올린 신해철이나, 이 비틀어짐의 가벼운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두 단체들이나, 아예 신해철의 지능적 안티로 나설 참인지가 의심스런 북조선이나.

그런데 웬일일까, 신해철과 그를 고발한 이들과 그리고 저 너머 북에 있는 이들은 모두 발가락이 닮아 보인다. 북한 로켓 발사에 경축의 농담을 전한 신해철과 불경스럽게 어디 그 따위 일을 경축하느냐고 삿대질하는 단체들과 신해철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피 끌림을 느꼈다는 나라까지, 모두 하나 같이 민족을 격하게 아끼는 강박증에 걸려 있다는 점에서 같다.

보편적 상식보다 민족을 말한 신해철이나, 북한만 나오면 조건 반사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라이트코리아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이나, 문화사회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색하는 북조선이나 후진 걸로 따지자면 도토리 키재기다.

나는 그냥 콧등이 약간 시큰한데, 그게 졸지에 빨갱이가 된 신해철 때문인지, 밑도 끝도 없이 나대는 오른쪽 계열 아저씨들 때문인지, 이젠 평범한 유머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각박하게 구는 오지랖 넓은 이웃 국가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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