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구하기’에 나선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국기 문란’, ‘중대한 위법’이라는 자락을 깔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은 중대 위법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의뢰됐고 검찰 수사를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감찰 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청와대의 격한 반응을 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진 사퇴하거나 해임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게 확실시 된다. 사정라인을 지휘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리를 유지한 채 검찰의 수사를 받는 신기록은 ‘우병우 구하기’를 위한 정면돌파에서는 별다른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병우 수석(좌),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우병우 사건을 맡을 검찰 내 부서가 정해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21일 ‘부패 세력과 좌파의 우병우 죽이기”라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 제시됐다. 이날 청와대 익명의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라는 개인이 없듯이 이제 ‘우병우’라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우병우’를 흔드는 것은 ‘박근혜’를 흔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향후 검찰 수사 결과는 정해진 것이 아닐까? 이와 관련해 22일 동아일보는 그동안의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기 문란’ 규정에 주목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국기 문란’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건은 2건”이라며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 문란으로 규정한 사건은 ‘남북정상회담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에서 각각 수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물론 내홍으로 인해 개혁이 요구되는 검찰이 살 길을 찾아 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홍만표 변호사의 ‘수임 비리’와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뇌물’ 사건 등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국기 문란으로 규정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유출 의혹 건은 어떻게 될까? 청와대의 국기 문란 규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동아일보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기문란을 일으킨 사람과 의혹이 입증된 게 없는 사람이 같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과거에는 원세훈을 살리기 위해 채동욱을 죽였지만 이번에는 ‘우병우’ 살리기 위해 이석수를 죽인다는 설이 틀리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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