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비프리 <Free From Seoul>

하이라이트 레이블을 나와 스스로 만든 뉴웨이브 레코즈에서의 첫 결과물이다. 비프리는 이미 충분히 검증 받은 래퍼다. 그는 화려하진 않지만 특유의 리듬감으로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왔다. <Free From Seoul>은 전의 공격적인 래핑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낮고 진중하게 메시지를 뱉어낸다. 그 과정에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건 그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콕재즈의 사운드 프로덕션이다. 랩과 비트 모두 일관되며 중독적이다. 일관성과 중독성,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다. 음반은 그 작정에 맞게 나왔다.

완태 <노을이>

정보가 거의 없는 신인 음악가다. 대전을 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를 짐작할 뿐이다. 완태는 자신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을 '인디 포스트 록'이라 칭한다. 이제 포스트 록이라 하면 낱말의 뜻과 달리 굉장히 관습적인 음악이 됐지만 완태의 포스트 록은 그 범주 안에서 특별한 색깔을 갖고 있다. 쉽게 폭발하지 않고 오히려 침잠하는 느낌을 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사운드 프로덕션이 있고, 특별한 색깔을 완성시켜주는 완태의 목소리가 있다. 그의 목소리는 밖보다는 안으로 파고들어가며 끓어 넘치기 직전의 느낌을 전해준다. 지켜보고 싶은 새로운 음악가가 생겼다.

잔나비 <Monkey Hotel>

우아한 챔버 팝 같은 실질적인 첫 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부터 귀에 잘 들어온다. 잔나비는 이처럼 귀에 잘 파고드는 노래들을 가지고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팀이다. 모든 노래들이 실내악 같이 우아하지는 않다. 이어지는 'Surprise!'의 전반부는 개러지 록 같고, 'The Secret Of Hard Rock'은 제목 그대로 하드록 스타일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들이 큰 무리 없이 앨범 안에 잘 섞여있다. 최고라 할 순 없지만 이만하면 대중적인 록 밴드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과 'Wish'가 그 선봉장이다.

표진호 <Vocalese>

사우스 코리안 리듬 킹스에서 노래하던 표진호의 솔로 앨범이다. 앨범 제목부터 '보칼리즈'란 형식을 내세웠는데 이는 보컬이 없는 스캣과 같은 음악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싱어'라 하지 않고 '보이스 연주자'라 칭한다. 발성이나 라이브 퍼포먼스는 사우스 코리안 리듬 킹스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미 탁월한 평가를 받아왔다. 앨범 대부분의 수록곡들은 재즈 스탠더드-비밥들인데 이 곡들을 표진호는 즉흥적인 소리로 풀어낸다. 처음의 경험은 낯설 수 있지만 들을수록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소리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한대수 <Crème De La Crème>

한대수의 열네 번째 정규 앨범이다. 정규이긴 하지만 과거 한대수가 발표했던 노래들을 동료 음악가들과 다시 부른 앨범이다. 선곡 기준은 "선율이 강하고 다시 부르기에 적절한 노래들"이었다고 한다. 한대수보다 더 오래 전에 음악 활동을 시작한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부터 포크 동네의 까마득한 후배 최고은까지 많은 선후배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원곡의 훌륭함과 원곡이 가진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며 적절하게 재해석한 방향성으로 대부분의 노래들이 귀에 잘 들어온다. 특히 두 곡의 보컬과 한 곡의 코러스로 참여한 최고은의 신비로운 음성은 이 앨범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준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