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명의 수사대상자(언론인 5명, 기획사 대표 3명, 감독 7명, 금융인 4명, 사업가 1명). 이들 중 총 9명(기획사 대표 3명, 감독 2명, 금융인 3명, 사업가 1명) 입건.

나머지 11명은 내사중지(4명), 불기소(4명), 내사종결(3명).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고, 혐의의 정도도 낮다고 판단해 별도로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고 수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해당 언론인 5인에 대한 경찰 입장인 것 같다. 기축년의 화려한 봄날은, 위에 나열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경찰 수사처럼 마냥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소가 짖듯이.

그 때, 2009년엔 그랬었단다.

아, 그럼 OO일보는 뭐고 O사장은 누구에요? (음, 그런 신문이 있었단다.) 아빠도 그 신문 자주 읽었었나요? (응.) 왜요? (직업상. 이름도 좋잖아.) 이름이 뭔데요? (곤란하긴 한데 예를 들자면 OO왕조, OO호텔, OO된장) 아~네~ (어디 가서 얘기하지는 마라.) 네. 그런데 왜 리스트엔 있고 입건자 명단에선 빠졌죠? (글쎄다. OO총독부에 물어봐라.) ….

▲ 옛 조선총독부 건물.
우리는 어느 시대를 사는 사람들인가. 70년대 유신정권? 80년대 제5공화국? 아니면 그 이전 포도청 있던 OO시대?

왜 그렇게 살았어요? (뭘 어때서. “선진화는 절대 부정·부패와 함께 갈 수 없다”라는 모토 하에 살았는데 뭐.) 누군가의 명언인가요? (미안하지만 확인해 줄 수 없어.) 중간 수사발표 이후엔 어떻게 됐나요? 인터넷 검색이 안 되던데요? (이것도 확인해 줄 수 없어.)

저는 그래도 그 시절 경찰 아저씨들이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이지. 다만 경찰보다 훨씬 센 사람들이 많았단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지는 않고.) 선진국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죠? (확인해 줄 수 없단다. 가서 공부나 해라. 국제중 못 갔으니 특목고라도 들어가야지.) ….

위와 같은 대화는 평생 하고 싶지 않다. 저런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다. 경찰이 ‘중간’ 발표라고 하니 아직 믿어본다. 저건 그냥 중간일 뿐. 경찰은 보다 적극적이고 정직한 수사를 통해 시대를 거슬러 흘러가는 기축년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역사 앞에 부끄러운 ‘멍에’를 경찰도 짊어지지 않길 바란다.

여기서 박연차 리스트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PD수첩 수사도 거론하지 않는다. 아직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아닌 만큼,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많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질질 끈다고 비난받은 수사였지만 어차피 늦은 거 천천히 심호흡 한번 들이쉬고 원점에서 출발하라. 음주나 신호위반, 주정차 단속만이 경찰의 임무가 아니다.

‘앞으로 41명의 수사 인력 유지하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감축(減縮)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는데 그리하여 누구를 위한 ‘최종’ 결과를 내놓으려는지 의문이다.

권력자들에게 감축(感祝)하는 모양새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고 힘없는 국민은 계속 쥐죽은 듯 살아야 한다. 500년 역사 OO을 ‘조선’이라 말하기 힘든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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