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장근석 심장저격, 시청자 취향저격! <내 귀에 캔디> (8월 18일 방송)

남자 연예인들이 익명의 여성과 통화를 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나누기엔 다소 낯간지러운 표현들도 나온다. 종종 사랑과 우정 사이를 넘나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흔한 썸이나 러브라인은 아니다. 사람 대 사람, 혹은 친구 대 친구. 그들은 서로에게 말동무가 되어준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tvN <내 귀에 캔디>는 묘한 프로그램이다. 장근석, 서장훈, 지수 등 남자 연예인들을 위한 맞춤형 ‘캔디’를 소개시켜주면서도, 이것을 단 1%도 소개팅이나 가상연애로 정의내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비밀이나 진심을 얘기할 수 있는 말동무에 가까운 존재라고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귀에 캔디> 오프닝 자막은 ‘손바닥만 한 세상’, ‘아주 절실히 누군가의 온기를 그리워 한다’, ‘내 얘길 들어줄 비밀친구’ 등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내 귀에 캔디>

장근석은 일본 유료 팬만 6만 명, 중국 팬 규모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자타공인 아시아 프린스다.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지만, “내 전화기는 전화가 안 울리”는 외로운 사람. 비단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현대인들 역시 휴대폰이라는 작은 세상 속에 갇혀 진짜 친구라는 존재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래서 사실 장근석, 서장훈, 지수 등 출연자 자체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장근석은 ‘허세’, 서장훈은 ‘앵그리삼촌’이라는 분명하고도 고착화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더 새로운 모습이 나올까 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장근석의 남자로서의 매력, 인간적인 매력이 무한 방출됐다.

장근석은 닉네임 ‘프린세스 하이구’와 함께 카톡을 하고 통화를 했다. 진짜 별 것 없는 대화지만 그래서 별 게 많은 대화들. 장근석이 키우는 고양이, 장근석이 평소 즐겨 입는 옷 스타일, 서른이 되면서 생긴 고민들, 외로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 등.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 사이에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대화들인데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 간질간질했다. 예능적 재미를 다 걷어내고 장근석이 입고 있는 옷처럼 새하얀 순수함이 엿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장근석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처음이었지만, 장근석의 고민을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미디어에선 장근석의 허세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그러나 <내 귀에 캔디>는 서른 살 남자 장근석이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줬다. 얼굴도 모르는 여성과 대화하는데도 심장이 콩닥거린다고 깔깔대고 웃는 장근석, 본인 스스로 ‘닭살’ 멘트를 하고 쑥스러운 나머지 식탁에 쓰러지는 장근석 등 ‘장근석이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모습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별 것도 아닌데 사람을 막 들었다 놨다 하네”라는 장근석의 말처럼,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연애에 대한 얘기를 직접적으로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방송을 다 보고 나니 장근석과 연애하면 참 알콩달콩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내 귀에 캔디>는 장근석에겐 심장저격, 시청자들에겐 취향저격인 프로그램이었다.

이 주의 Worst: <현아의 X-19> 어때? 촌스러워! (8월 16일 방송)

MBC 에브리원 <현아의 X-19>

MBC 에브리원 <현아의 X-19>은 현아의 솔로 기자회견 직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취재진 앞에서 당당히 인터뷰했던 현아가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대기실에서 “내가 이런 애라서 너무 화가 나. ‘이런 애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 없는 거잖아. 난 이런 애야. 그게 너무 싫어. 이런 내가 너무 싫어”라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포미닛 해체’라는 상황에서 솔로 앨범을 내고 혼자 취재진 앞에서 이 상황을 설명해야만 했던 현아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싶다. 아무 말이라도 하고 있는 내가 싫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야 했던 연예인들의 삶을 압축해놓은 듯한 오프닝이었다. 그래서 여느 리얼리티 프로그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궁금해졌고, 기다려졌다. 현아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이 섹시 아이콘으로만 소비되던 현아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아의 X-19>이 풀어낼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러나 첫 회는 솔로 앨범 재킷 촬영과 뮤직비디오 촬영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솔로 앨범 제작기를 보여주는 사이사이 현아의 민낯과 집을 ‘최초’로 공개했다는 것에 현아와 제작진 모두 뿌듯해 하는 것 같았으나, 민낯과 집을 공개하는 것으로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했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문제는 방송 중반 이후였다. 현아가 한 커피숍에 위장 취업해서 몰래 손님들에게 커피를 만들어주면서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몰카’ 아이디어는 촌스럽기까지 했다. 현아인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손님들과 이런 상황을 즐기는 현아. 이것을 몇 번 반복하는 것이 전부였고, ‘몰카’가 끝난 뒤 현아는 손님들과 인증샷을 찍어주기에 바빴다. 이것을 과연 ‘팬들과의 소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현아의 인간적인 매력은 기자회견 직후 대기실 인터뷰에서만 잠시 나왔을 뿐, 그 이후에는 종적을 감췄다. 현아라는 굉장히 핫한 인물을 다루면서 이토록 구시대적인 연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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