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캉 강정호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던 강정호의 경기력에 피츠버그 지역 언론에서 혹평이 나올 정도였다. 강정호를 사랑하는 피츠버그라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수준의 평가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후 강정호는 보란 듯이 홈런으로 자신의 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피츠버그, 가을야구 위해서는 강정호가 살아나야 한다

가난한 구단 피츠버그는 올 시즌에도 많은 선수들을 내보냈다. 특급 마무리까지 내보내 허들 감독이 한동안 허망해하던 모습은 모두를 답답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핵심인 맥커친마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피츠버그엔 악재가 겹쳐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와 폭발적인 타격으로 피츠버그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던 강정호. 하지만 그는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급격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 강정호는 자주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하고 폭발적이던 타격도 종적을 감추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듯했다.

성추문으로 흔들린 강정호의 부진은 자칫 메이저리거로서의 생명마저 위협할 정도였다. 여전히 수사 중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떤 결론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론이 빨리 나와야 상황에 대처하기 쉬운데 여전히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채 볼모잡혀 있는 듯한 모습은 답답하게 다가왔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이든턴 맥케니크 필드에서 훈련 중인 강정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정호는 올 시즌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초구만 노리던 그는 그렇게 복귀전에서 홈런을 치며 모든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지난해 말도 안 되는 부상으로 메이저 진출 첫 회를 마감해야 했던 강정호는 몸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도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서 재활을 위해 몰두했던 강정호는 현지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파워는 더욱 강력해졌고 타격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게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2년차 징크스도 없이 새로운 선장의 역할을 해줄 듯했다.

피츠버그의 상징적인 선수인 맥커친이 올 시즌 의외로 부진하면서 강정호의 존재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폭발적인 타격감과 멋진 수비 능력까지 선보이며 피츠버그의 핵심으로 자리하던 강정호는 뜬금없어 보이는 성추문의 주인공이 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팀에서는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강정호를 전력에서 빼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경기에 출전하기는 했지만 전과는 달랐다. 모든 것이 흔들린 강정호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부진이 길어지자 모두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피츠버그 팀 자체도 올 시즌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 핵심선수들을 내보내는 등 전력 보강이 아닌 덜어내기를 하는 모습은 당혹스럽게 다가왔다.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선수를 내보내는 것은 시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팀을 3연승으로 이끄는 결승 홈런이자 시즌 14번째 대포를 쏘아 올린 '킹캉'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 [ AFP=연합뉴스 ]

특급 마무리 멜란슨은 워싱턴 내셔널즈로 선발 릴리아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보내며 피츠버그는 '셀러'를 자처했다. 양키스가 특급 마무리와 불펜 자원들을 내보내며 시즌을 정리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허들 감독 체제에서 지난 3년 동안 와일드카드를 통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팀이다. 지구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전력에서 뒤져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피츠버그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다. 올 시즌 피츠버그는 '셀러'를 자처하고 난 후에도 최근 9승 3패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싸움에서 여전히 강력한 존재로 경쟁중이다.

후반 극적인 반등에 강정호가 있다. 초반의 폭발적인 타격감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지난 17일 홈런은 동점 상황에서 극적으로 만들어낸 역전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값졌다. 이후 부진했던 맥커친이 다음 경기에서 홈런으로 경기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피츠버그로서는 후반기 강력한 반전을 예고할 수 있게 되었다.

강정호는 최근 3개의 홈런이 나오기 전 잔인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7월 20경기에서 강정호의 타율은 1할8푼2리로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7월의 부진도 부족해 8월에도 14일 홈런 전까진 1할6푼7리에 그치며 이 부진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강정호 [AP=연합뉴스]

메이저 NL은 올 시즌에도 여전히 뜨겁다. 서부지구는 다저스와 SF의 경쟁이 치열하다. 짝수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왔던 SF는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전력 보강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중부지구의 새로운 강자가 된 시카고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 시리즈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노력만큼 시카고 컵스의 중부지구 우승은 현재로서는 당연해 보일 정도다. 동부지구는 워싱턴이 막강한 투타 조화로 마이애미를 8경기 차 이상으로 누르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싸움에서 언제나 치열한 중부 지구는 이번에도 비슷하다.

시카고가 2위 세인트루이스에 12.5 경기 차로 앞서고 있다. 바로 뒤 피츠버그와는 한 경기 더 많은 13.5 경기 차다. 서부지구는 1, 2위가 반 경기 차라는 점에서 누가 1위를 차지할지 알 수가 없다. 마이애미가 뉴욕 매츠와 치열한 공방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구 우승보다는 와일드카드 싸움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NL이다.

피츠버그가 이 싸움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듯했지만, 강정호와 맥커친이 다시 살아나며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시작했다. 강정호가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쳐내며 모두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홈런의 의미가 아니라 홈런의 질이 엄청나게 높다는 점에서 강정호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맥커친과 강정호의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피츠버그가 와일드카드 승부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팀의 핵심 전력이 빠진 상황에서도 신인들이 제 몫을 해주고, 이름값보다는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피츠버그는 분명 메이저리그 NL 싸움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킹캉이 살아나야만 피츠버그 역시 살아난다는 점에서 그의 부활은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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