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10년간 호황을 누렸던 일본에서의 한류가 2011년부터 형성된 반한류와 혐한류로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의 한류가 그 자리를 대체해 주면서 한류 3.0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로 중국의 반한류 기류가 형성되어 한류에 비상불이 켜졌다.

최근 많은 기사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사드 한반도 배치로 인해 중국내 반한류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과 달리 미디어정책도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의 한류보복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류 3.0이 중국방송시장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한류 좌초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실제로 중국과의 방송제작교류가 중단되거나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드라마의 한국 여주인공 교체, 프로그램 방영 중단, 한류스타 행사 취소, 출연자 편집 등과 관련한 기사가 7월 이후로 지속적으로 게재됐다. 특히,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 실시될 거라는 괴소문까지 나돌면서 한국 대표 연예기획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설이 소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본의 반한류가 독도문제를 빌미로 조성됐듯이 중국의 미디어 통제·관리를 담당하는 광전총국이 사드문제를 빌미로 한류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크다. 소문에 의하면 중국 정부차원에서 각 성 방송사에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을 비공식적으로 하달했다고 한다. 다만 아직까지 광전총국의 방송관련 지침에는 이러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류는 국가 간 정치적인 갈등이 생겼을 때 대책 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한류 콘텐츠 수출액 비중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한류 소비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한류가 꺼질 경우 일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광범위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대중스타의 공연(연합뉴스)

드라마와 K-pop 등 한류는 방송 및 관련 사업자들의 노력에 의해서 촉발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은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일본의 혐한류 상황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의 반한류 상황에서 언론은 문제를 악화시켰으면 시켰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현재 정치적 문제로 인해 중국의 한류는 희생될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의 역할과 대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7월부터 한류보복과 관련해 중국 언론보도를 인용한 많은 기사와 분석 칼럼들이 게재되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한국 사드배치 비판 기사,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 중국 정부의 대응방향 등 중국의 한류보복에 대한 정보와 비판적인 기사뿐만 아니라 사드의 희생양이 한류가 될 것이라는 논조의 기사가 많은 상황이며 이러한 국내 기사는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한류보복에 대한 우리나라 언론들의 비판적인 기사가 중국의 한류보복을 위한 빌미로 작용될까봐 우려된다. 중국 관영 매체의 기사를 통해서 국내 언론도 중국의 사드보복 관련 정보를 제공하듯이 중국도 똑같이 국내 다양한 정보와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용 기사들이 중국내 반한류와 혐한류 분위기와 정책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의 대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류가 장기적으로 존속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침착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냉철한 기사를 통한 중국의 한류보복을 해소 또는 극복하기 위한 여론형성(한국+중국)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적인 문제와 (방송)문화적인 문제를 분리할 수 없겠지만, 문화적 또는 산업적 차원에서 중국의 한류보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론형성을 위해서 검과 총보다 강한 펜의 힘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현재 한·중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드 한반도배치 관련해서 중국과 한국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현재 중국의 한류보복 문제해결을 위한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분명히 한류와 관련하여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에 가까우며, 아쉬운 점이 우리나라가 더 많은 상황이다.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총보다 강한 펜의 힘으로 사드 한반도배치라는 정치적 문제로 촉발된 한류보복문제를 냉정하게 문화산업적 문제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단초와 힘을 언론이 주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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