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대한 논란이 2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최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개정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 어느 쪽도 ‘국민’을 위해서라는데…. 공청회의 쟁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공청회는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됐다.

▲ 4월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통비법 개정 관련 공청회 모습ⓒ나난
공청회 시작하자마자, “진술인 선정에 문제가 있다”

이날 공청회는 통비법 개정에 대해 각계각층의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공청회를 시작하자마자 진술인 선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진술요지를 보아하니 통비법 개정 찬성의견이 4명, 반대의견이 3명으로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진술인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원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들을 경우 대부분 동수로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공청회 진술에 대해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들을 필요는 없다”면서 “공청회 진술인들은 통비법 개정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닌 의견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만큼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그렇게 공청회가 시작됐다.

통비법 쟁점1. 감청장비 구비 의무화와 간접감청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 제15조의2(전기통신사업자등의 협조의무) ②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이 법에 따른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통신제한조치 집행에 필요한 장비․설비․기술 및 기능을 갖춰야 한다. ④제2항에 따른 장비·시설·기술 및 기능의 구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다.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석한 강신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팀장은 “통신사업자를 통한 간접감청 방식은 정보·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제한조치의 오남용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통신사업자에 의한 감청장비 구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기관에 의한 감청보다 사업자에 의한 감청이 ‘불법’ 감청을 덜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감청장비 구비 의무화에 대해 전기통신사업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문승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사무국장은 비용문제에 있어서 “감청의 주체는 국가이며 사업자들은 협력자”라는 것을 분명히했다. 때문에 “시행 주체가 협력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시행주체(국가기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 사무국장은 “통신제한조치 내용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통신제한조치 내용 보관과 관련된 장비를 사업자가 구비할 수 없도록 법안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이와 반대로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업자가 감청설비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감청의 주체와 감청장비 구비 의무 주체를 다르게 하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감청장비를 의무화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은우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은 “통신사업자들이 추산한 바에 의하면 감청장비 구축에 약 5천억원이 든다”면서 “그 비용을 통신사업자들에게 부과시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국가에서 5천억원이란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마땅한데 그 비용이라면 더 효율적인 범죄 수사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청장비 구비 의무화의 효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 통비법 개정 공청회 진술인들의 모습ⓒ나난
통비법 쟁점2. 국가정보원의 외국인 감청 예외

감청장비 구비를 의무화했을 때 또 다른 의문은 ‘과연 감청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을까?’이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 제9조 제1항 후단을 다음과 같이 하고, 같은 항에 제1호 및 제2호를 각각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이 경우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에 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야 한다. 1. 체신관서 그 밖의 관련기관 등(이하 “통신기관 등”이라 한다)에 통신제한 조치의 집행을 위탁하거나 집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 2. 제1호에도 불구하고 제7조 제1항 제2호 및 제8조 제8항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 조치 및 「군용전기통신법」 제2조에 따른 군용전기통신(작전수행을 위한 전기통신에 한한다)에 대한 통신제한 조치의 경우에는 통신기관 등에 그 집행을 위탁하거나 집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한성 의원 통비법 개정안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9조 2항으로, 이 조항으로 국정원에서 외국인에 대한 직접 감청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조 2항에서 예외로 두고 있는 조항은 아래와 같다.

통비법 제7조 1항제2호 :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사실상 미치지 아니하는 한반도 내의 집단이나 외국에 소재하는 그 산하단체의 구성원의 통신인 때 및 제1항 제1호 단서의 경우에는 서면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통비법 제8조 제8항 :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음모행위, 직접적인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범죄 또는 조직범죄 등 중대한 범죄의 계획이나 실행 등 긴박한 상황에 있고 제7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대통령의 승인을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통신제한 조치를 긴급히 실시하지 아니하면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소속 장관(국가정보원장을 포함한다)의 승인을 얻어 통신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조항들에 대해 오동석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오동석 교수는 제7조 1항 제2호을 두고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이라는 개념의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 통비법 제2조 “5. ‘내국인’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사실상 행사되고 있는 지역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에 비춰봤을 때 ‘외국인’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외국인 개념과도 해석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도 하다.

실제 ‘외국에 소재하는 그 산하단체의 구성원’이라고 했을 때, ‘범민련해외본부’의 경우 이에 포함될 소지가 충분하기도 하다. 오동석 교수는 “해석에 따라 달리질 수 있지만 국민에 대해서도 직접감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은 장비를 국가가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의 문제에 있어서 기술 기반의 새로운 통신수단의 경우 통신사업자의 협조 없이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더 이상 감청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비법 쟁점3. GPS 위치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

공청회에서의 또 다른 쟁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위치정보 GPS를 포함시켜야 하는가였다. GPS를 통한 위치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시킬 경우 폭넓은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 제2조제11호 각 목 외의 부분 중 “각목”을 “각 목”으로 하고, 같은 호에 아목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아.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의 위치정보

▲ 공청회에서 질의하는 이한성 한나라다 의원ⓒ나난
이한성 의원은 법안 개정안에서 “GPS를 활용한 위치정보 등은 범인의 검거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GPS 위치정보가 긴급한 범죄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 법제사법센터 소장은 “GPS 정보는 현재의 발신기지국 위치정보에 비해 정확해 범죄예방에 유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비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한 이한성 의원도 “유괴범죄의 경우 자녀를 찾기 위해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범인위치를 찾을 수 있다”며 GPS 위치정보의 범죄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GPS 위치정보는 식별가능한 개인정보와 결합할 때에만이 사생활침해가 되는 것도 강조됐다.

이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현재 GPS 위치정보에 있어서 가장 큰 효용은 ‘유괴범죄’에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휴대폰을 통한 GPS 위치정보가 범죄수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러한 흉악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범인을 잡는 데 크게 활용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문제는 GPS 위치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시킨다는 데에 있다. 분명한 것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제한조치’와는 다르게 대상범죄의 제한이 없고, 법원에 소명자료의 제출도 필요 없는 등 광범위하게 남용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은우 운영위원은 GPS 위치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시킬 경우 “24시간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며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았다. 또한 실시간 추적도 가능하게 되어 결국 전국민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GPS 위치정보가 범죄수사에 꼭 필요하다면 “24시간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수사방법의 민감도를 고려할 때,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휴대폰의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GPS 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장치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비법 개정안에는 GPS 위치정보의 경우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위치정보 요청을 포함하고 있어 그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비법 쟁점4. 통신사실확인자료 보관 의무화

이한성 의원의 통비법 개정안에는 물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 보관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보관되는 순간 그것은 ‘개인정보’가 된다는 것에 있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 제15조2의 제목 중 “전기통신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자등”으로 하고, 같은 조 제1항 중 “전기통신사업자는”을 “전기통신사업자등은”으로 하며, 같은 조 제2항을 다음과 같이 하고, 같은 조에 제3항부터 제7항까지를 각각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⑥ 전기통신사업자는 1년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여야 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정보유출의 심각성이 대두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문제는 쉬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은우 운영위원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PC에 저장할 때에는 암호화해야 한다”며 “따라서 보존의무가 생기면 지나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를 위해 1건당 202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데이터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동석 교수는 “2009년 3월 독일 연방참사원(Bundesrat)이 특정의 이유 없이 또는 전면적 범위로 모든 인터넷 사용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은 헌법을 ‘침해’한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문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이 법사위에 등장한 까닭은?

통비법 개정안은 모두 4건이 발의된 상태인데, 이 가운데 2건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 소속 위원인 변재일 민주당 의원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법사위원이 아닌 변재일 의원이 찾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 공청회에서 질의하는 변재일 민주당 의원ⓒ나난
변 의원은 지난 15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통비법 개정안은 방통위와 법사위의 공통 입법사안으로 문방위에 우선 배정돼 심의한 후 법사위의 검토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의안과에서 곧바로 법사위로 넘겨버렸다”고 문제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변 의원과 최문순 의원의 통비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변 의원은 이한성 의원의 통비법 개정안과 관련해 전반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질의에서 “GPS는 언제든지 추적이 가능하다”면서 “전방 5m 추적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긴급통신제한조치 중 지체 없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을 24시간 이내로 명시하고, 36시간을 24시간으로 축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금까지 통비법 개정 논의가 ‘범죄수사’ VS ‘인권’으로 귀결됐던 것과 달랐다. 비용 발생의 문제에서부터, 통신사업자의 입장에서, 해외사례까지 다양하게 통비법에 대해 살펴본 계기가 됐다. 통비법 개정에 대한 그 논의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공청회는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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