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에서 시청률 2%면, 현실의 스코어가 아니다. 게다가 8주 연속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면.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수준이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를 본 적이 있는가? 들어본 적도 없다면‘패션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은 권한다. “진보한 삶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삶은 외면당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주말 그리고 말랑한 미디어>는 ‘프런코’이다. 수년째 ‘잇백’ 신드롬이 전지구의 대중문화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지’는 스타일을 설명하는 언어를 넘어 삶의 태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격상되었다. 물론 패션 코드를 구입하지 못하면 세상에 당당할 수 없는 방식의 소비문화이다. 취향 평준화된 대중문화가 전지구적으로 만개하고 있다는 비난도 많다. 하지만 추호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잇백’에 열정적인 미디어에게 공자님 말씀을 늘어 놓는 건 아마 그 자체로 ‘진부’한 취급을 당할 테다. 지금 <프런코>는 패션과 디자이너를 미디어가 소비하는 방식의 가장 앞선 모델이다. 디자이너가 서바이벌을 펼치는 미국의 포맷이고 한국이 수입했다. <프런코>는 이번주 대망의 우승자를 가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프런코>에 대한 3가지 시선이다. 필자들의 스타일을 존중하다 보니 분석, 리뷰, 비판의 메시지로 압축되었다. 당신의 스타일에 건승을 빈다.

지난 3월 28일 MBC <무한도전>에서는 <프로젝트 런웨이>를 패러디한 ‘프로젝트 런어웨이’가 방송되었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일일 디자이너가 되어 옷을 만들고 심사를 받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는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진행하는 사회자 이소라까지 출연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또다른 현장감과 재미를 전달해주었다.

미국 톱모델 하이디가 사회자로 알려져 있는 <프로젝트 런웨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글로벌 프로그램이자 국내에서 로컬 버전으로 제작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프로그램이므로 지상파에서 이와 같은 코믹한 내용으로 방송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평균이하”라고 자신들을 설명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날 방송뿐만 아니라 이전의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의상이나 패션에 대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해왔다.

시청자들 역시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로의 패션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상황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패션’과 ‘스타일’이 특정 직업이나 특정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와 달리 대다수의 사람들이 패션이나 스타일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현재의 ‘정서적 구조’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실제로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는 패션관련 정보를 다루는 TV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이 제작되고 있다. 시상식의 여배우 의상을 분석하거나 국내외 유명 스타의 패션 스타일 분석, 메이크업 관련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며,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출연 게스트들은 끊임없이 유명인들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프로그램 출연자이기도 하지만, 방송 시청자들을 대변하는 대변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패션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청자들의 ‘동일시’ 혹은 ‘카타르시스’는 최근 프로그램의 경향인 ‘리얼리티’와 만나면서 더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공식 블로그
패션과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는 최고의 차세대 디자이너를 뽑기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포맷 수출입을 통해 전 세계에서 로컬 프로그램으로 다시 제작, 방송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전혀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이 어떻게 동일한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동일한 프로그램 콘셉트에 관심을 갖게 되는가이다.

라틴어인 ‘fatio’에서 유래한 ‘fashion’은 ‘유행’ 또는 ‘유행하다’를 뜻하며 ‘창조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과정(process)과 대상(object) 모두로 보는 공시적 관점을 의미한다. 즉, 디자이너 개인이 창조하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파되고 유행하는 현상 모두를 일컫는 것이다. 패션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프로젝트 런웨이>와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패션문화와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며 디자이너, 광고주, 시청자라는 주체들간의 상호교환작용을 통해 형성, 발전해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런웨이>와 같은 TV프로그램속의 ‘리얼리티’는 단지 기술적으로 조율된 동시간성에 의존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으로는 이질적 시간대에 있지만 동일한 현재를 경험하고 있는 듯한 감정의 ‘집단적 공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얼리티 텔레비전의 대중적 확산에 있어서 어쩌면 생방송이 제공하는 물리적 동시성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현재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상황을 사회구성원이 함께 시청하고 있다는 식의 생방송에 대한 사회적 정서, 즉 ‘현장감’일 것이다.

프리드만(Friedman)은 현대 오락적 성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실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출연자와의 대인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함으로써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고 본다. 개인들의 집단적인 목도(collective witnessing)의 경험이 시청자들을 사회적 현장의 한 지점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한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 효과로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해결점을 공동적으로 찾아나가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프로젝트 런웨이> 속의 출연자들이 차세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 받는 과정에서 시청자들 역시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해결점을 공동으로 찾아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프리드만이 설명하는 ‘실제적’인 참여일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획일화된 미(美)의 기준, 패션 스타일로는 지금의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었다. 글로벌화된 콘텐츠의 제작과 프로그램의 유통환경의 변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모든 패셔니스타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패션에 대한 욕구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될 것이다. 세분화된 시청자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이 지금 국내에서 제작, 방송되고 있다는 것이며, 미국의 패션이 아닌 한국의 패션에 대한 감각, 성향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테스트하고 표출하려는 시청자들은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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