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을 가진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줄곧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KBS 정연주 사장이 이번에는 장남이 국내로 들어와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 KBS 정연주 사장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사장은 2005년도 국정감사에서 '아이들이 뿌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했다. 처음 갔을 때도 6개월 동안 고생을 했고 그래서 뿌리를 뽑아서 다시 움직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18년 동안 미국에 머문 결과로 제 두 아이는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됐다'고 답변했다"며 "하지만 정 사장의 장남은 삼성에서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에 응모해 현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문 미주수출담당 부서에 근무하고 있어 이러한 정 사장의 답변은 거짓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 "특권만 누리고 의무는 피하려는 것 아니냐"

정 의원은 "정 사장은 2002년 한겨레신문 재직 당시에 장상 국무총리 지명자의 아들 병역면제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했고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관련해서도 '현역 3년을 꼬박 때우는 힘없고 백 없는 자식들은 어둠의 자식, 방위로 때우는 사람은 장군의 아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는 글을 썼던 사람"이라며 "이율배반적이고 부도덕한 인사가 어떻게 개혁을 외치고 국가기간 방송을 이끌 수 있는가. 정 사장 스스로 용단을 내려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1월 2일자 12면
정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는 2일 <KBS 정연주 사장의 '두모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2002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시절 장상 국무총리의 아들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두 아들 병역면제를 비판하는 글을 썼던 정연주 KBS 사장이 자기 아들 문제에 대해선 이중적 행동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입사는 미국 현지에서 했으나 국내 근무로 인사발령 받은 것"

이에 대해 KBS와 정 사장 쪽은 공식 해명이나 반응은 보이고 있지 않지만 정 사장의 장남이 삼성에 입사해 국내 근무를 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의 인사발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장남은 2005년 봄 미국 텍사스에 있는 삼성 현지법인에 입사를 했는데 그해 7월에 삼성전자 해외영업부로 발령이 나서 국내에 들어온 것"이라며 "현재 대미 수출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근무지와 부서는 회사 결정에 따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 사장의 장남은 1982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미국에서 다녔고 2001년 시민권을 획득한 뒤 2005년 삼성 현지법인에 입사했다"며 "삼성을 택한 것은 개인 선택이지만 인사 발령은 조직 논리에 따르는 것인데 이를 병역 기피와 이중적 행동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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