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에 반대하며 제작거부를 이어가던 MBC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성주 기자)가 16일 오전 11시50분부로 제작거부를 풀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번 업무 복귀는 비대위원장 명령에 따른 것으로, 업무 복귀 배경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영배 보도국장은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풀고 업무에 복귀할 경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MBC 기자들이 15일 오전11시30분 MBC본사 1층에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송선영
비대위는 이날 ‘제작거부를 중단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오늘 제작에 복귀할 것을 결단한다”며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권력 감시와 공정보도라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모든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가시적인 성과’로 “기자들의 공정보도 의지를 꺾고 훼손하는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는 언제든 자리를 걸어야 한다는 점,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점, 기자들의 단결된 투쟁은 이 두 가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확인시켰고,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를 분명히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작 복귀 결단은 우리가 얻어낸 성과를 앞으로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자,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의 표현”이라며 “만약 경영진이 작위, 또는 부작위로 기자들의 결단을 존중하지 않고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거나 공정보도를 훼손할 경우, 우리는 언제든 다시 전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업무에 복귀하게 된 데에는 최근 비대위 관계자와 전영배 보도국장 사이의 면담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전 국장은 기자들이 먼저 제작거부를 풀고 업무에 복귀할 경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보도국의 한 기자는 “업무에 복귀하면 스스로 자취를 결정하겠다는 보도국장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일단 그 판단을 믿고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라며 “비대위의 결정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 관계자와 보도국장 사이에 면담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비대위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비대위 성명 전문이다.

제작거부를 중단하며

지난 9일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우리의 뜻은 순수하고 명쾌했다. 권력 감시와 공정보도를 천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이 더 이상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없게 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투쟁 과정에서 고비 때마다 함께 결정했고 함께 행동했다. 그 결과 MBC 기자들은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쌓았다. 공정보도를 위협하는 어떠한 부당한 압력과 도발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가시적인 성과도 얻어냈다. 기자들의 공정보도 의지를 꺾고 훼손하는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는 언제든 자리를 걸어야 한다는 점,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점, 기자들의 단결된 투쟁은 이 두 가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확인시켰고,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를 분명히 약속했다.

우리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오늘 제작에 복귀할 것을 결단한다.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권력 감시와 공정보도라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모든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관철시킬 것이다. 제작 복귀 결단은 우리가 얻어낸 성과를 앞으로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자,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의 표현이다.

만약 경영진이 작위, 또는 부작위로 기자들의 결단을 존중하지 않고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거나 공정보도를 훼손할 경우, 우리는 언제든 다시 전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우리는 공정보도라는 가치를 지키는 데 앞으로도 많은 굴곡과 어려움이 있을 것을 알고 있다.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비대위는 존속될 것임을 밝혀둔다.

2009년 4월 16일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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