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좀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서 오랜만에 좀 딱딱한 법률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한국을 출입국하며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은 출입국관리법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이다. 출입국관리법은 말 그대로 출입국에 관련된 내용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이다. 그 중에서도 출입국관리법 제17조(정치활동금지) 규정은 이주노조의 역대 지도부를 표적단속하거나 일상적인 노조활동마저도 자유롭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제17조(외국인의 체류 및 활동범위)
① 외국인은 그 체류 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
②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정치활동을 하였을 때에는 그 외국인에게 서면으로 그 활동의 중지명령이나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10.5.14.]

네팔인 “미누”씨의 강제퇴거 사례

한국에서 17년 7개월 동안 미등록체류를 하면서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리더이자 MWTV의 미디어활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네팔인 미누 씨가 2009년 10. 8.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불법체류자 단속반에 적발되었다. 이후 법무부는 강제퇴거명령이 내리고 네팔인 미누 씨를 10. 23.(금) 20:50 타이항공 657편으로 방콕을 경유하여 소속국인 네팔로 강제 퇴거하였다. 당시 법무부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단순히 미등록 체류한 것만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출입국관리법상의 정치활동금지를 이유로 강제 추방한 것을 알 수 있다.

동인은 불법체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미취업 상태에서 불체자 단속·추방 항의집회, 자이툰철군 반전집회, 한-미 FTA 반대집회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등 각종 집회에 참석하는 등 정치적 활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해온 자임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퇴거 사례

법무부는 이주노조의 초대 위원장인 아느와르 후세인동지를 비롯하여 이후 위원장을 역임한 까지만 까풍, 토르너 림부와 부위원장인 라즈 쿠마르 구릉(라주), 압두스 소부르와 사무국장인 압둘 바셔르 모니루자만(마숨)을 연속적으로 체포해서 표적 단속했다. 그 결과 지도부 전원을 강제 추방시키면서 실질적으로 이주노조를 무력화했고, 한편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주노조 합법화를 지연시키면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는 것을 막아왔다. 이 중에서도 토르너 림부 이주노조 3대 위원장의 단속사례를 통해서 여전히 노조의 활동을 정치활동의 연장선에서 탄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사례와 마찬가지로 당시 법무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를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특히 네팔인 L씨는 불법체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외국인노조에 가입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오던 중 지난해 11. 27. 제3기 이주노조 위원장인 네팔인 K씨가 검거되어 강제 퇴거되자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하여 공공장소에서 ‘정부단속 결사반대’, ‘불법체류자 전원 합법화’,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쟁취’ 등 정부정책 반대 시위를 주도해왔음

❍ 특히, 지난 4. 6. 민노총 사무실에서 개최된 제4차 ‘서울․경기․인천지역 외국인 노동자 노동조합’ 총회에서 제4기 집행부로 선출된 이래, ‘08. 5. 1. 노동절까지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하여 새 정부의 불법체류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동하여 왔음

보도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토르너 전 위원장이 집회시위에서 발언하거나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첨부하면서 단속 자체가 지속적으로 감시추적을 통한 표적단속임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제 법무부에서 보도자료에 첨부한 림부 위원장의 집회 발언 사진

일상적인 활동에서의 출입국관리법의 영향력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고용허가제 폐지 투쟁의 날,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등 이주노조에서는 매년 3회 이상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를 하기 전에 지역에 내려가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서 집회에 참여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면 으레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정부를 반대하는 집회에 나갔다가 출입국직원들한테 사진 찍히면 강제 출국되는 거 아니에요?”

“이주노조에 가입했다가 명단이 출입국에 넘어가서 그대로 잡혀가면 어떡해요?”

출입국관리법의 막대한 권력은 비단 집회 참여뿐만이 아니라 서명에 참여하는 최소한의 행동마저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관리법에 구체적인 조항까지는 모르더라도 출입국관리법에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어떠한 정치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본국에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한 정당활동가들도 한국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고 공동체 안에서 이주노동자의 활동을 자제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 입국 당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3일간의 연수교육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집회참여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자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대변해야 할 역할을 지닌 대사관에서도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을 억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사례로 2013년에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인 엠에스오토텍에서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파업에 돌입하여 집단농성을 시작했다. 사업주는 가장 약한 고리인 이주노동자를 끊어내기 위해서 사측과 친한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시켜 필리핀 영사관과 경찰에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노동자들에 의해 감금되어 있다고 거짓신고를 하게 하였고, 이에 필리핀 영사관과 경찰이 출동하여 결국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노조를 탈퇴하고 농성장을 떠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하였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10년간의 지난한 투쟁 끝에 2015년 대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따라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러한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로써 이주노동조합은 노조법상 합법적인 지위를 지닌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지만 출입국관리법상의 독소조항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포함하여 지도부들의 안정적인 체류마저도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헌법과 국제규약에 의거하여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폭넓은 의미에서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아직도 네팔사람 미누 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교적 최근 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김치사랑’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하는 미누 씨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를 함께 들어보자.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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