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MBC 사장이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전영배 보도국장 사퇴 촉구에 대해 “국장 문제는 나에게 맡겨달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 MBC 엄기영 사장 ⓒMBC
엄 사장은 15일 오전 10시30분 여의도 MBC 경영센터에서 열린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오늘과 같은 문제(공정방송 훼손 사례)로 정권에 눈치보기식의 편집이나 보도행태가 계속된다면 나도 못 참을 것”이라며 “개전의 정이 안 보인다면(공정방송 논란이 계속된다면) 그때 책임을 묻는 인사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MBC노조와 기자들은 △<뉴스데스크>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반 보도국장의 전화로 아침뉴스에서 보도되지 않은 것 △신영철 대법관 거취에 대한 리포트 내보내지 않은 것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정부의 중과세 폐지와 관련해 긍정적 반응 부각 △비정규직 개정안에 대해 비정규직 현실을 외면한 채 찬반양론 동일 비중 처리 등 MBC 뉴스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엄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공정방송 훼손은 인정하지만 당장 책임을 묻지는 않되, 추후에 공정방송 훼손 논란이 계속된다면 책임을 묻는 인사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엄 사장은 기자들의 제작거부에 대해선 “임무를 방기하는 지금 상황이 옳지 못하다고 본다”며 “즉각 오늘까지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래도 못믿겠다, 지금 경영진을 계속 못믿겠다고 하면, 인사권에 해당하는 국장 문제를 퇴진을 걸고 압박한다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에 대한 거부로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경우 MBC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 일신과 관련한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MBC 기자들이 15일 오전11시30분 MBC본사 1층에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송선영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공방협에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며 “오히려 사장이 사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MBC노조는 “총회와 자문회의를 열어 투쟁 수위를 결정하겠다”며 “이미 많은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투쟁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약 50분간 이어진 이날 공방협은 최근 쟁점과 관련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진행됐으며, 회사 쪽 대표로는 엄기영 사장, 김세영 부사장, 전영배 보도국장 등이 참석했고, 노조 쪽에서는 이근행 본부장, 김주만 보도민실위간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41분 기자들의 손팻말 시위를 피해 MBC본사를 빠져나가던 전영배 보도국장은 ‘기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퇴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회의하러 가는 중이다. 물어보지 마라”며 황급히 경영센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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