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4구역철거민방송 1호를 시작하겠습니다”
용산참사가 벌어졌던 남일당 건물 바로 뒤 건물은 故 이상림씨가 운영했던 호프집 ‘레아’가 있었던 곳. 이제는 1층은 ‘갤러리 레아’로, 2층은 ‘촛불미디어센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14일 ‘용산4구역철거민방송’ 1호 스튜디오 촬영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용산참사 발생 80일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진상조사는 이뤄진 게 없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순천향병원에서의 경찰검문은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용산은 그렇게 언론에 의해, 묻혀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지워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촛불미디어센터 개소의 의미이며, ‘용산4구역철거민방송’이 필요한 이유다.
“안녕하세요. 뉴스를 맡은 저는 용산4구역에서 편의점은 운영했던 유성옥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용산4구역 재래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김순옥입니다”
‘용산4구역철거민방송’의 앵커는 철거민들이 직접 맡았다.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들은 “안녕하십니까?”로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것이 좋은지를 따져보았고, 이내 “안녕하세요”를 선택한다. 그리고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한 사람 한 사람 코멘트를 맞춰보고 또 맞춰봤다. 연습에 연습이 이어졌지만 이내 부족한 듯 또다시 연습이다.
김준호 PD는 “대화를 나누셔도 좋고, 평소 이야기하던 대로 ‘언니’라고 호칭을 쓰라”고 주문한다. 하다보니 사투리가 나오지만 그는 “사투리로 하셔도 된다”고 설명한다. 이것이야 말로 MBC와 KBS, SBS 등 지상파 방송3사에서는 꿈에도 나올 수 없는 주문이다.
그렇게 ‘연습’ 방송이 끝이 났다. 그러고는 바로 들려오는 소리. 앵커들의 “나 이거 안혀. 죽어도 못하겄어”, “긴장돼서 못하겠어”. 이에 김준호 PD는 “어색할 텐데 참 잘하셨어요. 잠깐 쉬었다 할까요?” 이내 잠시 쉬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의 ‘연습’방송은 없다. 실전만이 있을 뿐.
“쨍”
잠시 쉬고 들어간 실전 방송은 한 번의 NG도 없이 끝이 났다. PD들과 앵커들은 촬영된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수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자마자 바로 앵커들은 “너무 촌스럽게 나와”, “불안하니까 종이도 자꾸 만지고, 눈이 자꾸 딴 곳을 보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고는 꽤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앵커들의 눈에는 자꾸 무언가 부족해보이나 보다. 그래서 결국 다시 찍기로 했다.
그리고 들려온 질문. “여기에서 ‘투쟁’이라고 외쳐도 되요?”, 그에 대한 김준호 PD의 답은 “해도 돼요. 편안하게 하세요”였다.
“NG”, “NG”, “NG”
다시 시작된 녹화에서는 연속되는 NG가 났다. 김선옥 앵커가 “경찰이 아무리 탄압을 해도 저희들은 여기서 끝까지 투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멘트에서 말이 꼬였다. 한번 틀리면 같은 곳에서 반복해서 틀리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잠시 쉬고 다시 촬영에 들어갔고 클로징 코멘트까지 마무리 되었다.
MBC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코멘트는 앵커 교체로 인해 13일부로 끝났지만 이제 ‘용산4구역철거민방송’의 클로징 코멘트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용산4구역철거민방송’ 1호의 클로징 코멘트에는 ‘활기찬 용산’, ‘생동감 넘치는 용산’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겼다.
“용산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집이나 건물들이 부서졌고,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삭막했던 공간에서 점점 생동감이 넘치고 다시 활기가 가득차고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용산을 기억하시는 그 어떤 분이시라도 이곳에 들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클로징코멘트 중)
그렇게 ‘용산4구역철거민방송’ 1호 스튜디오 녹화가 모두 끝이 났다. 녹화가 끝나고 나눈 김준호 PD와의 미니인터뷰에서 그는 “‘용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용산’소식을 전달하는 데 무거운 것을 보여주면 더 망설여지게 되기 때문에 생기있고 재밌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것이야 말로 ‘용산4구역철거민방송’이 가야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4구역철거민방송’ 1호 스튜디오 녹화장. 어색해 머리 긁적이는 PD와 앵커들이었지만 그곳에는 확실히 생기와 웃음이 있었다. 그것은 ‘용산4구역철거민방송’의 지표일 수 있겠지만 또한 용산참사 해결의 실마리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용산’이 무겁다고요? 그렇다면 ‘용산4구역철거민방송’을 추천합니다.”
다음은 김준호 PD의 미니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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