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 마술의 연속이었다. 최현우 매직컬 <더 셜록>을 보면 성인 관객도 구부리지 못한 철근을, 마술사는 조수와 함께 단지 목젖 힘만으로 엿가락처럼 구부리고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마술사는 관객에게 상자를 맡겨놓는다. 부메랑을 날려 무작위로 선정된 관객이 마음 내키는 대로 부르는 숫자가 마술사의 상자 안에 정확하게 담겨 있다. 마술사의 조수가 상자를 조작하려고 해도 상자는 관객이 지키고 있었기에 조작이 아예 불가능한데도, 믿지 않는 일이 마술쇼 내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마술쇼의 주인공은 바로 최현우. 30대라는 젊은 나이지만 일찍이 2002년부터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했으며, 우리나라 마술계에선 원로급에 속하는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마술사다. 앞에서 언급한 관객이 생각한 숫자를 정확하게 읽는 마술은 ‘멘탈 매직’이라는 마술. 사람의 심리를 마술로 읽는 멘탈 매직을 요즘 최현우의 마술쇼에서 즐길 수 있다. 최현우의 마술 세계를 눈으로 익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최현우 매직컬 - 더 셜록> 공연 스틸사진Ⓒ클립서비스

-마술할 때 ‘셜록’이라는 콘셉트를 곁들여 공연하고 있다.

“탐정 셜록은 코난 도일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셜록이야말로 현대 마술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어보면 셜록은 등장인물이 하는 일을 기가 막히게 알아맞힌다. 마술사 역시 셜록처럼 관객이 바라는 게 무엇인가, 심리 등을 알아맞힐 수 있다. 셜록을 가지고 마술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출발하게 됐다.”

-요즘 최현우 씨의 마술을 보면 ‘멘탈 매직’의 경향이 보인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마술을 ‘마법’이라고 믿지 않는다. 마술사가 인체를 절단하는 마술을 선보이면 ‘무언가 장치가 있겠지’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설마 내 생각은 못 읽겠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음을 읽는 멘탈리즘을 강조하면 물리적인 마술보다 마술에 흥미를 더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멘탈 매직을 시도한다.”

<최현우 매직컬 - 더 셜록> 공연 스틸사진Ⓒ클립서비스

-중장년 관객부터 어린이 관객까지 모든 연령 관객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애로점이 있을 것 같다

“지금 마술은 과도기다. 장년 관객은 동춘 서커스단을 먼저 떠올린다. 중년 관객은 데이비드 카퍼필드처럼 대형 마술에 익숙하다. 하지만, 10~20대 관객은 리얼리즘을 강조한 마술을 선호한다. 길거리에서 마술하거나 도구 없이 하는 마술을 선호한다. 이런 과도기 가운데서 많은 관객이 다양한 마술을 접하려면 이들이 바라는 마술의 콘텐츠를 하나 이상은 마술쇼에 넣어주어야 한다.”

-요즘은 전에 비해 마술이 인기가 많아졌다

“마술학과가 생긴 것을 보더라도 마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단 걸 알 수 있다. 대학교에 마술 동아리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방과 후 수업에도 마술을 가르치는 과목이 있을 정도다. ‘마술사로 이름을 날리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겠구나’ 또는 ‘마술로 많은 돈을 벌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이는 조금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최현우 매직컬 - 더 셜록> 최현우 Ⓒ클립서비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할 때와 한국에서 공연할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 관객은 마술을 보면서 의심은 하지만 객석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집에 가면서 의심한다. 마술을 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의심하기보다는 먼저 즐긴다. 하지만 한국 관객은 마술사가 어떤 트릭을 쓸까 하는 호기심을 많이들 갖는다. 마술에 대한 의심을 갖는 건 좋지만 마술쇼를 관람할 때는 즐기고, 집에 갈 때 의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객석에서 의심하면 온전히 마술을 즐기고자 하는 관람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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