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표팀이 비록 2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독일은 독일이었다. 앞서 열린 멕시코와 피지의 경기는 멕시코가 5-1로 이기며 한국 대표팀의 독일전 승리가 간절하게 다가왔었다.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 조직의 아쉬움은 점점 크게 다가온다

선제골을 넣고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피지와의 경기에서도 드러났던 수비 문제는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손흥민과 석현준은 오늘 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며 자신들의 역할을 해주었다. 한국 대표팀이 독일이라는 이름 앞에서 너무 기죽은 플레이를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한국과 독일의 경기는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였다. 한국은 최약체인 피지전에서 압승하고 독일과 맞섰고, 지난 대회 우승팀이었던 멕시코와 무승부를 기록한 독일은 한국을 잡아야 했다. 이 상황에서 유리한 것은 한국 대표팀이었다. 최소한 무승부만 해도 좋은 경기라는 점에서 독일을 압도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 25분 골문 앞에 양 팀 선수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정승현의 헤딩이 흘러나오자 황희찬이 왼쪽 골문을 향해 슛을 했고 골로 이어졌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은 황희찬의 한 방은 흐름을 한국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선제골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희찬(오른쪽)이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우바도르=연합뉴스)

전반 33분 독일의 나브리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분위기는 다시 독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늘 이렇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켜내고 분위기를 끌어가는 것 역시 강팀의 존재감이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중원을 장악한 것은 독일의 몫이었고, 어린 선수들은 그저 전차군단이라는 이름 앞에서 주눅 든 모습을 보이며 경직되었다. 그나마 이를 풀어낸 것은 독일 경험이 가장 많은 손흥민의 몫이었다. 선발로 나서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잘해주었다.

전반을 1-1로 끝낸 한국 대표팀은 좀 더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 10분 독일의 젤케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내주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사는 다시 손흥민의 몫이었다. 골키퍼가 후방으로 길게 차준 킥을 받은 손흥민이 수비수 3명을 끌고 들어가며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골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최고였다.

두 번의 패스로 손흥민에게 공이 갔고 이 상황에서 독일 수비진을 무기력하게 만든 능력은 최고였다.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에 골키퍼의 빈곳을 찾아 거침없이 차 넣은 손흥민의 이골은 2-2 동점을 만든 것만이 아니라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 중요했던 한 방이었다.

독일에게 쉽게 기회를 내주지 않던 한국 대표팀은 후반 42분 석현준을 교체 투입했고, 이 선택은 결정적으로 다가왔다. 이슬찬이 독일의 측면을 무너트리며 크로스를 올렸고 골키퍼 손에 맞고 흐른 공을 석현준이 골로 연결하며 첫 승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후반전 석현준이 역전골을 넣은 뒤 자신만의 고유의식을 하자 손흥민, 류승우 등이 달려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우바도르=연합뉴스)

경기 종료를 앞두고 터진 골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중요했지만 추가 시간은 결국 독일을 되살리고 말았다. 추가 시간 프리킥을 내준 한국 대표팀은 마지막까지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수비 라인이 벽을 쌓았고, 이 상황에서 골키퍼의 위치 선정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벽 바로 뒤에 위치한 골키퍼가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나에 대한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수비수에 맞고 공이 좌측으로 휘어 골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독일팀에게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만약 골키퍼의 위치만 제대로 잡고 있었다면 이 역시 막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조직력의 문제는 피지와 독일 경기에서 모두 드러난 장면들이었다. 결국 이런 조직력과 수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8강에 올라간다고 해도 상대를 압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무조건 비기거나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멕시코를 압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은 자연스럽다.

단순한 수치로 비교해보면 한국이 멕시코를 상대로 최소한 비기거나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독일과 2-2로 비긴 멕시코, 한국은 독일과 3-3 비겼다. 8-0으로 이긴 피지를 멕시코는 5-1로 이겼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은 멕시코를 최소한 비기거나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3-3 동점으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에서 독일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우바도르=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무의미하게 다가온다. 독일은 피지와 마지막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비슷한 골 차이를 기록한다면 8강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독일이다. 멕시코가 한국과 비긴다고 해도 탈락할 가능성은 높다.

골득실에서 한국에 뒤진 멕시코로서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겨도 되는 경기이지만 멕시코로서는 무조건 한국을 잡지 않으면 탈락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무조건 공격으로 나설 멕시코를 상대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좋을지는 명확하다. 결국은 수비라인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멕시코를 막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두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느냐가 8강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시간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방법 찾기가 절실해 보인다. 현재까지는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기는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최종목표가 8강이 아닌 메달권이라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다 신중한 경기를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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