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쪽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결정에 반발해 지난 9일부터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성주 기자)가 “앵커 교체는 권력의 압력에 대한 굴복”이라며 앵커 교체 강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13일 오전과 오후 총회에서 제작거부를 이어가기로 결정한 비대위는 이날 밤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 왔다는 것은 이미 보도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신경민 앵커 교체는)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이라고 비난했다.

▲ 신경민 앵커가 13일 오후 6시경 남자분장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선영
이들은 송재종 보도본부장과 전영배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비대위는 이날 총회에서 찬성 93, 반대 2, 기권 1로 보도국장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MBC 기자들이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국장 전화 한통으로 기사 갑자기 사라져”

이들은 “지난 11일 아침뉴스 톱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 천실일 회장에게 수십억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반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보도국장 인사와 보도본부에서 일어난 이 모든 전횡과 파국에 책임이 있는 송재종 보도본부장도 즉각 사퇴하라”고 덧붙였다.

▲ MBC 기자들이 13일 밤 서울 여의도 MBC본사 D 스튜디오에서 총회를 열어 "권력의 압력에 굴복한 앵커 교체를 즉각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송선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도 성명을 내어 “무책임한 말 바꾸기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이번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보도국장을 교체하라”며 “공정방송 의지가 훼손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결정을 강행한 데 대해 구성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MBC의 존재이유가 공영방송 수호에 있는 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더 이상 한 배를 타고 가며 침몰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경영진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개 MBC 계열사, 14일부터 서울 MBC로 뉴스 송출 중단

MBC노조와 보도본부 비대위는 내일 오전 8시 여의도 MBC 경영센터 10층 임원실 앞 복도에서 엄기영 사장의 사과와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할 예정이다.

한편, 19개 MBC 계열사 기자들은 오는 14일 오전 9시를 기해 서울 MBC로의 뉴스 송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지역 계열사 뉴스가 송출을 중단함에 따라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차질을 빚고 있는 MBC 뉴스의 파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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