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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홍보대행사, 방통위?[엄호동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엄호동/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09.04.13 16:26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해 발표했다. <타임>이 선정한 ‘당신’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직접 만들고 공유하며 디지털 민주화를 이끈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최소한 한국에서만큼 2006년 올해의 인물인 ‘당신’을 더 이상 만들어 낼 수 없게 됐다. 인터넷 실명제의 일환인 ‘본인확인제’ 때문이다. 올해 초에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국 사이트는 본인확인제를 시행해야 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전 세계에서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는 원칙을 한국에서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 규제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유튜브코리아가 블로그에 올린 글ⓒ유튜브코리아 공식 블로그  
 
문제는 방통위의 실명제 방침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사실은 이를 무력화시킨 구글 측의 ‘편법’이다. 엄밀히 말하면 구글 측은 본인확인제를 거부해 정보통신망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댓글과 게시판을 차단하는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네티즌들은 유튜브를 이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유튜브에 접속할 때 구글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 사이트 kr.youtube.com 아닌 미국본사가 운영하고 있는 youtube.com으로 접속해 한국어 서비스를 선택하면 영상물 등의 게시물을 아무런 제한 없이 올릴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글 측은 “소수 의견일지라도 말하게 하고, 불편하거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의견들도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구글의 기본 정신을 지켜냈다. 그것도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고 있는 한국에서 내린 구글의 이같은 결정은 잃은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앞으로 유튜브 한국 사이트의 네티즌 유입은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비해 ‘표현의 자유’라는 네티즌들의 권익을 우선시 한다는 구글의 홍보 전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효과를 창출해냈다.

이같은 구글의 결정은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구글 측에 행정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방통위의 또 다른 고민이다. 오히려 인터넷 강국 한국의 정부가 구글 측의 홍보 전략에 당당히 주연을 맡아 줬다는 전세계 네티즌들부터 조롱을 받는 일이 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인터넷은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서 시작된다. 인터넷의 기본이 되는 월드와이드웹(www)이 그렇고, IP가 그렇고, 도메인(Domain)도 그렇다. 그러나 정치적 계산에 의해 통제가 필요했던 한국 정부는 글로벌스탠더드가 아닌 실명제라는 세계 유일의 인터넷 규제를 택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선택을 구글 측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 효과를 얻어 낸 것이다.

이번 파문은 사실 예견된 지 오래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불을 보듯 뻔한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처하기보다는 부추겨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구글의 홍보 전략에 주연을 자청했던 방통위는 이제부터라도 인터넷은 글로벌스탠더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구글이 나타날 것은 뻔한 일이며 그때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식어는 조롱거리로 변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엄호동/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rspl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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