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위주 교육이라는 대한민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와 일제고사·국제중·자율형 사립고 등 MB정부 이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각종 시장주의 정책으로 인해 오늘도 전국의 초·중·고생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가다 공부’를 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교육감에 ‘반 MB교육’을 공약으로 내건 김상곤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 당시 2개 면에 걸쳐서 당선 관련 보도를 하고 사설을 통해 “2010년 상반기까지의 두 번째 임기 중에는 특목고 및 자사고 확대, 학력진단평가, 수준별 수업 확대 등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교 현장에 자율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동아일보) “이제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학교 교육을 살리는 데 매진해야 할 때다”(중앙일보) “‘전교조 교육감만은 안 된다’고 한 유권자 뜻을 잘 새겨야 한다”(조선일보)고 촉구했던 조중동은 김상곤 후보의 당선에 대해서는 사회면에서 짤막하게 다루는 데 그쳤다.

▲ 2008년 7월 31일자 동아일보 1면
이같은 ‘축소 보도’외에 눈에 띄는 점은 몇몇 언론들이 이번 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음을 강조하며 ‘대표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에는 유권자 850만5056명중 12.3%(104만4430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중앙일보는 9일자 35면 <전교조 지지 후보 당선…경기 교육 변화 예상>에서 “이날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대표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3%라는 투표율은 유권자 8명 중 1명꼴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이중 절반의 표를 얻어 당선되더라도 전체 유권자 중 6% 남짓의 지지를 받은 데 불과하다”며 “경기도 선관위가 쓴 돈은 460억1000만원, 여기에 후보 5명이 선거비용 제한액(36억1600만원)을 모두 사용했다고 치면 최대 640억원을 넘게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640억원이 들어갔다면 한표에 6만여원이 든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문화일보 2009년 4월 9일자 사설
조선일보도 투표율을 전하며 “직선 시·도 교육감 선거 가운데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대전과 부산의 15.3%보다 3%포인트나 낮았다”고 강조했다.(10면 ‘김상곤씨 경기도교육감 당선’)

문화일보는 9일자 사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전교조식 역주행 우려한다>에서 “전국 각 시·도 교육감을 주민 직접선거로 선출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최저 투표율을 보인 사실과 함께 좌파 교육관을 지닌 후보가 당선된 일 또한 처음이라는 점을 유의하는 우리는 ‘김상곤 경기 교육감’의 전교조식 역주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 당선자는 교육 역시 ‘경쟁 없이 발전 없다’는 사실부터 직시해 5월6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인 임기 1년2개월 동안 학생들의 미래를 그르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는 9일 <첫 직선 경기교육감 선거가 남긴 과제>에서 “김상곤 당선자는 유효 투표수의 40.8%인 42만2천302표를 얻어 결과적으로 전체의 5%에 해당하는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얻은 셈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제기됐던 ‘대표성’ 논란의 재연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라며 이밖에도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 △대표성 논란 △막대한 선거비용 지출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연합뉴스는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감 선거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일찌감치 이런 정신이 실종됐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는 보수, 반대하는 후보는 진보로 갈려 이념 대결을 벌이면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경우에도 투표율은 15.4%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진보진영의 주경복 후보(38.3%)를 1.8%포인트 앞섰던 공 교육감(40.1%)은 “전체 유권자의 6% 득표율로 당선된 후보를 놓고 ‘교육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공 교육감은 당시 서울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뒤졌으나 투표율이 가장 높고 인구가 밀집해있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몰표’를 받으며 당선되기도 했다.

낮은 투표율의 이유를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서울시교육감 선거때보다 무관심했던 언론 보도도 ‘낮은 투표율’에 한몫 거들지 않았나. 무엇보다 이들 언론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자식 교육 문제에 이념을 들이대느냐고.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이념이 아니라 자식 걱정으로 후보를 선택한다.

김상곤 후보의 당선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기도 44개 선거구 중 29곳에서 김진춘 후보를 앞선 김상곤 후보는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성남·과천·일산 지역 등에서도 김진춘 후보를 제쳤다. 이는 일제고사, 국제중 등 MB식 시장주의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혹한 평가다. 그리고 자신들의 아이를 시장맹신 교육정책에 내맡기고 싶지 않다는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

문화일보는 “전교조식 역주행을 우려한다”고 하지만 김상곤 당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MB식 시장주의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의 미래를 그르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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