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일찍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 이 시간부로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는다. 기자로서 스스로 취재를 거부할 수밖에 없게 된 지금의 상황에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에 맞서 MBC 기자들과 라디오본부 평 PD들이 제작거부와 연가투쟁에 돌입했다. MBC 기자회와 라디오본부 평 PD 차원에서 제작거부와 연가투쟁에 들어간 것은 MBC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MBC 기자들은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움직임에 반대하며 처음으로 9일 낮 12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라디오본부 평 PD들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에 반대하며 처음으로 지난 8일부터 연가투쟁을 시작했다.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MBC 기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D스튜디오에서 비상총회를 열어 “정권의 눈치보는 앵커교체 반대한다”며 회사 쪽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MBC 기자회)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D스튜디오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이날 오후 현재 제작거부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들은 133명으로, 이들은 낮 12시를 기점으로 출입처를 비롯한 취재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이들은 이번 제작거부가 방송 파행이 목적이 아닌 만큼, 방송을 진행하는 앵커와 방송 편집에 필요한 최소 인력은 제작거부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제작거부 철회 조건으로 “경영진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앵커 교체 안을 철회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밝혀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들은 이날 ‘제작 거부에 들어가며’의 성명을 내어 “우리는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에 반대한다”며 “이번 앵커 교체를 놓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 정치적 배경, 다시 말해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정권의 압력에 MBC가 굴복하려 한다는 우려는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우리는 앵커 개인을 보호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우리의 눈동자는 MBC 뉴스를 바라보는 국민들에 맞춰 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만큼 쉽게 물러서지도 않을 것임을 밝힌다. 우리는 오늘 마이크를 놓는 것으로 더 큰 가치를 말 할수 있음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 MBC 기자들이 "정권의 눈치보는 앵커교체 반대한다"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PD수첩>, YTN사태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어”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인 이성주 기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이번 신경민 앵커 교체 움직임은 <PD수첩>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와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구속, 지난해 KBS사태 등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권이 쓴소리 하는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앵커 교체 문제는 정당하게 인사권이 부여된 인사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이고 MBC라는 조직과 체계를 잘 알고 있기에 앵커 교체에 이의를 제기 한 전례가 없다”며 “그러나 이번 앵커 교체 움직임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미화 프로그램, 동시간대 청취율 1위”

이틀째 연가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1990년대 이후 입사한 라디오본부 평 PD 25명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파행 개편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영진은 김미화씨 교체 이유로 제작비 절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현재 동시간대 청취율 1위로, “김미화씨 출연료는 현재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진행자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라디오본부 PD들은 말했다.

▲ 라디오본부 PD들이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이들은 성명을 통해 “김미화 교체는 정치권력의 오판과 경영진의 무소신에 의한 기회주의적인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그간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그간 일부 정치권과 극우 진영의 근거없는 공격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MBC 라디오가 ‘눈높이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공시킨 자랑스러운 소산물”이라며 “수백 개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율 6위의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은 MBC의 채널이미지와 MBC 구성원, 진행자의 노고와 창의력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결정과정은 철저히 비민주적”이라며 “라디오 개편은 통상 두 달에 걸쳐 청취자 선호도와 PD들의 기획을 총화하는 치밀한 과정이지만 이번에는 개편을 불과 수일 남긴 상태에서 경영진은 제대로 근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진행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디오PD들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개편 때마다 진행자 교체 이야기가 오가곤 했지만, 김미화씨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단 한 번도 진행자 교체 검토 이야기가 오른 적이 없다”며 “회사도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대해 ‘공정성과 방송 내용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담당 PD인 유경민 PD는 “PD들의 집단 행동이 김미화씨 개인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교체의 비민주적 과정을 문제 삼자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철영 PD도 “정치권과 일부 경영진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약 금요일에 김미화씨 교체가 결정된다면 현재 연가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평 PD뿐만 아니라 보직간부까지 투쟁에 동참하는 등 투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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