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회가 제작 거부 돌입 시점으로 밝힌 9일 낮 12시를 앞두고 회사 쪽이 신경민 앵커 교체 철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MBC 기자들의 제작 거부가 가시화하고 있다.

앞서 MBC 기자회는 지난 8일 밤 총회에서 신경민 앵커 교체 움직임과 관련해 제작거부 투표를 한 결과 133명 가운데 76.4%(99명)가 찬성해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바 있다.

▲ 신경민 MBC 뉴스데스크 앵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MBC 기자회는 이날 오전 8시 경영진에게 제작 거부 찬반 투표 결과 등이 담긴 기자총회 결과를 전달했으며, “제작거부가 철회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앵커 교체 안을 철회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의 제작 거부는 이번이 처음으로, <뉴스데스크>를 비롯한 보도본부의 모든 정규, 비정규 프로그램의 리포트 제작을 포함해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과 취재 행위 등 제작 전반을 거부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MBC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면 취재기자 대부분이 현장에서 빠지기 때문에 간부들 위주로 리포트가 제작되는 등 실질적인 방송 파행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보도 프로그램(<뉴스후> 등)도 미리 제작해놓은 프로그램이 이번주에 방송되고 나면 다음주부터는 방송이 나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 거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간부들도 개인적으로 신경민 앵커 교체 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쪽이 구두로 앵커 교체 철회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회사 쪽은 신경민 앵커 교체 철회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회사 쪽으로부터 입장을 전달받은 게 없다”고 밝혔고, MBC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엄기영 사장이 ‘금요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 이외의 입장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MBC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낮 12시까지 회사 쪽이 앵커 교체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 모여 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코미디언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에 반발해 이틀 째 연차투쟁을 하고 있는 라디오본부 평PD들도 이날 오후 MBC 기자회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라디오본부 한 PD는 “신경민 앵커 교체를 반대하는 MBC 기자회와 뜻을 같이하며 연대의 끈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라디오 PD들은 제작 거부가 아닌 연차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투쟁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도국 영상취재부 카메라기자들도 이날 저녁 총회를 통해 기자회의 제작 거부 동참 여부 등을 정할 방침이다.

한 카메라 기자는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있는 카메라 기자들이 회사로 돌아오는 밤에 비상총회를 열어 제작거부 동참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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