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 논란이 거세지면서 ‘최병렬 수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1일 이회창 전 총재에게 2002년 대선자금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최병렬 수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의 얘기는 이렇다.

“지난 대선때(2002년) 최병렬 전 대표가 당과 이회창 전 총재 사이에서 듣거나 제공받은 정보를 깨알같이 적어 놓은 수첩을 본 적이 있다.”

경향 중앙, ‘중앙SUNDAY’ 인용 ‘최병렬 수첩’ 내용 언급

▲ 경향신문 11월2일자 6면.
오늘자(2일)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를 보면 ‘최병렬 수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최 전 대표가 자신의 수첩과 관련해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6일자 <중앙SUNDAY> 인터뷰에서인데 그 가운데 대선자금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내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탄핵 이유였지만 사실 대표직 사퇴 결심을 굳힌 계기는 대선 자금과 관련된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삼성이 이회창 총재에게 무기명 채권으로 준 돈이 250억원인데 그중 205억원이 당에 들어왔어요.”

그는 “숫자는 정확히 얘기해야지” 하며 벌떡 일어나 자신의 서재 책상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냈다.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중 김영일 총장이 51억원을 환전해 쓰고 154억원이 남아 있었어요. 근데 그 돈이 다시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로 나갔어요. 정당에 들어온 돈은 선거가 끝났어도 정당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걸 대검 중수부가 발표한다는 정보가 들어와요. 총선이 코앞인데 그걸 발표하게 되면 이 전 총재는 어떻게 되고 한나라당은 어떻게 됩니까. 차떼기에 못지않은 충격이 온다고 봤어요. 그래서 아무한테도 이야기 못하고 밤잠을 못 자고 고민했어요. 그래서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을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 2007년 5월6일자 '중앙 SUNDAY' 인터넷판.
관훈클럽 토론회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문안에 담았는데 마지막에 빠졌어요. 그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어요. 그러자 이 전 총재와 가까운 의원들과 공천 탈락이 확실시되는 사람들이 나보고 물러나라고 들고 일어났어요. 그래서 시골에 며칠 내려가 있었지요. 가서 보니 나에 대한 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표를 물러나겠다고 결심한 겁니다.”

(※검찰은 17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04년 5월 21일 수사발표에서 이 전 총재가 김영일 의원으로부터 대선자금 154억원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서정우 변호사에게 건네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 돈 대부분은 서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던 중 대선자금 수사 시작 후 삼성 측에 반환됐다.)

중앙일보, 삼성 관련 부분은 쏙 빼고 보도

▲ 중앙일보 11월2일자 3면.
이런 내용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5월6일자 <중앙SUNDAY>에서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삼성 관련 부분이 언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나갔다는 점이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대목은 오늘자(2일) 중앙일보가 이 내용을 전하면서 삼성 관련 부분은 쏙 빼놓았다는 점이다. “삼성이 이회창 총재에게 무기명 채권으로 준 돈이 250억원인데 그중 205억원이 당에 들어왔다”는 부분은 같은 날짜 경향신문 6면에서는 자세히 언급돼 있는 반면 중앙은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이 <중앙SUNDAY>에서 최 전 대표가 했던 발언의 요지라면서 전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당에 들어온 돈 154억원이 남아 있었다. 근데 그 돈이 다시 이 전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나갔다. 정당에 들어온 돈은 선거가 끝났어도 정당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중앙SUNDAY> 5월6일자는 “검찰은 17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04년 5월 21일 수사발표에서 이 전 총재가 김영일 의원으로부터 대선자금 154억원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서정우 변호사에게 건네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 돈 대부분은 서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던 중 대선자금 수사 시작 후 삼성 측에 반환됐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오늘자(2일) 중앙일보에는 없다. ‘삼성’이라는 부분 때문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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