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 논란이 거세지면서 ‘최병렬 수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1일 이회창 전 총재에게 2002년 대선자금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최병렬 수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의 얘기는 이렇다.
“지난 대선때(2002년) 최병렬 전 대표가 당과 이회창 전 총재 사이에서 듣거나 제공받은 정보를 깨알같이 적어 놓은 수첩을 본 적이 있다.”
경향 중앙, ‘중앙SUNDAY’ 인용 ‘최병렬 수첩’ 내용 언급
“내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탄핵 이유였지만 사실 대표직 사퇴 결심을 굳힌 계기는 대선 자금과 관련된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삼성이 이회창 총재에게 무기명 채권으로 준 돈이 250억원인데 그중 205억원이 당에 들어왔어요.”
그는 “숫자는 정확히 얘기해야지” 하며 벌떡 일어나 자신의 서재 책상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냈다.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중 김영일 총장이 51억원을 환전해 쓰고 154억원이 남아 있었어요. 근데 그 돈이 다시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로 나갔어요. 정당에 들어온 돈은 선거가 끝났어도 정당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걸 대검 중수부가 발표한다는 정보가 들어와요. 총선이 코앞인데 그걸 발표하게 되면 이 전 총재는 어떻게 되고 한나라당은 어떻게 됩니까. 차떼기에 못지않은 충격이 온다고 봤어요. 그래서 아무한테도 이야기 못하고 밤잠을 못 자고 고민했어요. 그래서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을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검찰은 17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04년 5월 21일 수사발표에서 이 전 총재가 김영일 의원으로부터 대선자금 154억원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서정우 변호사에게 건네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 돈 대부분은 서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던 중 대선자금 수사 시작 후 삼성 측에 반환됐다.)
중앙일보, 삼성 관련 부분은 쏙 빼고 보도
이런 내용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5월6일자 <중앙SUNDAY>에서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삼성 관련 부분이 언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나갔다는 점이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대목은 오늘자(2일) 중앙일보가 이 내용을 전하면서 삼성 관련 부분은 쏙 빼놓았다는 점이다. “삼성이 이회창 총재에게 무기명 채권으로 준 돈이 250억원인데 그중 205억원이 당에 들어왔다”는 부분은 같은 날짜 경향신문 6면에서는 자세히 언급돼 있는 반면 중앙은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이 <중앙SUNDAY>에서 최 전 대표가 했던 발언의 요지라면서 전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당에 들어온 돈 154억원이 남아 있었다. 근데 그 돈이 다시 이 전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나갔다. 정당에 들어온 돈은 선거가 끝났어도 정당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중앙SUNDAY> 5월6일자는 “검찰은 17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04년 5월 21일 수사발표에서 이 전 총재가 김영일 의원으로부터 대선자금 154억원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서정우 변호사에게 건네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 돈 대부분은 서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던 중 대선자금 수사 시작 후 삼성 측에 반환됐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오늘자(2일) 중앙일보에는 없다. ‘삼성’이라는 부분 때문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