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MBC가 개편을 앞두고 신경민 <뉴스데스크>앵커와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코미디언 김미화씨를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자 내부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MBC 보도국 구성원들은 8일 밤 8시30분 기자총회를 통해 신경민 앵커 교체와 관련한 향후 대응과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며, 라디오본부 평PD들은 현재 회사 쪽의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연가투쟁을 낸 상황이다.

신경민 교체 방침, 7일 보도국 부장단 회의에서 드러나

그동안 MBC 내부에서 신경민 앵커 교체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왔으나, 지난 7일 보도국 부장단 회의에서 회사 쪽의 교체 방침이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전영배 보도국장은 앵커 교체 의지를 밝히며 “각 부별로 구성원들의 의사를 취합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MBC 기자회는 7일 ‘우리는 앵커교체에 반대합니다’라는 성명을 내어 “기자회는 그동안 보안을 유지한 채 구성원들의 의사를 묻고, 그 결과를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장이 오늘 다시 교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미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앵커를 꼭 갈고 말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MBC 기자회는 또 “과거 앵커교체와 관련해 보도국 기자들이 집단적으로 왈가왈부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기자회가 나서고자 하는 것은 이번 앵커 교체가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오해를 받게 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보도국장이 끝내 의지를 관철하려 한다면 당장 행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코멘트가 이 정권 아래에서는 부담이 크고 MBC의 광고 판매율이 타 방송사에 비해 급락한 상황이기에 신 앵커를 부담스러워 하는 쪽이 있는 반면, 10년차 이하의 젊은 기자들의 90%는 신 앵커의 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 돌고 있는 ‘청와대 쪽에서 신 앵커 교체를 원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회사 쪽에서는 ‘외부의 압력이 없다’고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보도국 기자들은 거의 없다”며 “결국 정권의 입맛대로 보도국 스스로 구조를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앵커 교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던 MBC는 보도국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가 “교체가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다소 유동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보도본부장 “앵커 교체 확정된 거 없다”

송재종 보도본부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앵커 교체와 관련해 “앵커 교체가 확정된 게 없다”며 “시간을 촉박하게 하면서 (앵커 교체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 보도국의 여론과 논의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앵커 교체가 정치적이다’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며 “새로운 형태로 뉴스를 개편하는 데 있어 신경민 앵커가 색깔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바꿔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다. 기자회 총회도 있고 보도국 여론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라디오 개편 오는 20일로 연기

당초 MBC는 오는 13일 라디오 개편에서 김미화씨 교체를 추진하려 했으나, 라디오 PD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오는 20일로 개편을 연기했다. 이에 김미화씨 교체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 라디오본부 PD들이 8일 오후 5시 여의도 MBC 경영센터 10층 사장실 앞에서 김미화씨 교체를 반대하며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송선영
1990년 이후 입사한 라디오본부 PD 25명은 오늘 ‘경영진의 오판을 엄중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김미화씨 교체 검토는 일부 경영진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소위 ‘제작비 절감’과 ‘경쟁력 강화’라는 패러다임과는 동떨어진 것이기에 평 PD일동은 MBC 라디오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라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회사 예산 정책팀에서 작성한 보고 자료에 공헌 이익률이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서 3위로 랭크 △프로그램과 진행자가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 막대 △22개 채널이 경쟁하는 FM밴드 수백 개 프로그램 중에서 절대 청취률 6위 △청취율 상승 곡선 △지난 6년간 한 번도 진행자 교체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시중에 떠도는 청와대-일부 경영진 야합설의 결과임을 우린 차마 믿고 싶지 않을 뿐”이라며 “경영진이 오판을 할 경우, MBC의 현재의 광고, 미래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단체 제작거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전횡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디오본부 김철영 PD는 “오늘 오전 김세영 부사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서경주 라디오본부장이 라디오본부 내부 구성원들의 ‘교체 반대 의견’을 전했으나 회사 쪽에서 교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김미화씨의 교체가 확실해질 경우 평 PD들 위주로 연차투쟁을 강행하고, 이후 보직 간부들까지 투쟁에 참여할 것”이라며 “회사 쪽에서는 김미화씨 교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초 서경주 라디오본부장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김미화씨 교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한 라디오 PD는 전했으며, 오후 4시 <한겨레>와 통화에서도 “교체가 확정됐다. 교체가 결정됐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이 연가 투쟁에 나서 반발이 거세지고 전국언론노조 이근행 MBC 본부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엄기영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서 본부장은 이날 5시쯤 기자들의 질문에 이전 입장을 뒤집어 “교체가 확정된 게 없다. 회사에 보고만 한 거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 회사 쪽도 “아직 교체가 확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MBC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교체 이야기가 돌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김미화씨가 하차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현재 라디오본부 내부에서 입장(교체)을 정리한 뒤 사장님의 최종 결제 단계가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체가 확정된 게 아니기에 바뀔 여지는 여전히 있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 “심사숙고 하겠다”

▲ 엄기영 사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이근행 본부장(가운데)이 면담 내용을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송선영
엄기영 사장과 이근행 본부장은 오늘 오후 5시15분부터 약 45분동안 MBC 경영센터 10층 사장실에서 면담을 했다.

이날 면담에서 이근행 본부장은 엄기영 사장에게 “구성원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개편을 강행한다면 MBC는 살아남을 수 없고, 이런 식으로 의사 결정을 강행한다면 MBC를 자폭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입장을 외면하면 나머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했다”고 덧붙였다.

엄 사장은 이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하겠다. 금요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말했으며, 이 본부장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며 “회사에서 심사숙고 하겠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 라디오본부 PD들은 오후 6시15분부터 PD총회를 열고, 보도국 기자들은 밤 8시30분부터 기자 총회를 여는 등 회사 쪽의 교체 강행 움직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어서 교체가 확실시 될 경우 구성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김미화씨 ⓒ송선영
한편, 김미화씨는 오후 1시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진행자 교체는 개편 때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나서서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지금 하고 있는 것도 감사하고, PD들이 결정할 일이기에 결정에 따를 것이다.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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