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박찬호가 9회말 9-9, 2사 2, 3루 상황에서 극적인 안타를 치며 대역전극을 완성해냈다. 한화와 기아의 이번 경기는 후반기 가장 강력한 타선을 가진 두 팀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기록이 증명하듯 두 팀은 1회부터 대량득점을 앞세운 타격전을 벌였다.

끈질긴 기아 타선의 응집력, 한화의 도발을 넘어섰다

1회 시작과 함께 기아의 3선발인 지크는 통타를 당하고 말았다.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은 가운데로 몰리기만 했고, 타격감이 좋은 한화 타자들에게 지크의 공은 배팅 볼이나 다름없었다. 1회에만 다섯 개의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4실점을 하는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크가 최악의 투구를 하며 난타당하고 대량 실점을 한 상황에서 자칫 경기는 한화로 휩쓸려갈 수도 있었다. 기존 기아는 초반 흐름에 밀려 제대로 반격을 못하고 경기를 망치는 경우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는 이제 그런 팀이 아니다.

1회에만 4점을 내준 기아는 1회 말 공격에서 타자일순을 하며 바로 역전시켰다. 간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윤규진으로선 강해진 기아 타선을 제압하기가 어려웠다. 4점을 앞선 상황에서 김호령을 볼넷을 내주며 참혹한 1회는 시작되었다. 기아 타선은 다시 폭발했고, 1회에만 5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6-4로 뒤집어 버렸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지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화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기아 타선의 힘은 1회 공격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다시 선발 지크였다. 팀이 대량 실점 후 대량 득점으로 역전을 해준 상황에서 선발은 달라져야 했다. 하지만 지크의 공은 좀처럼 한화 타선을 제압할 수준이 아니었다.

7월 들어 지크는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으며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인구를 통해 상대를 흔들어줘야 하지만 대부분의 공이 실투에 가까운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리는 상황은 최악이었다.

6-4로 앞선 채 2회 마운드에 오른 지크는 안타 세 개로 동점을 만들어줬고, 3회에도 연속안타와 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지크는 2와 2/3이닝 동안 68개의 투구수로 11피안타, 1탈삼진, 1사사구, 8실점, 7자책을 하며 조기 강판을 당했다. 지크는 7월 들어 유일하게 승리한 두산전을 제외하고는 엉망이었다.

두산과의 경기에서만 7이닝을 책임진 게 전부였고, 다른 다섯 경기에서 6이닝과 5이닝을 한 번 채웠고 나머지는 조기 강판을 당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승리는 한 번이 전부였고 3패를 당하고 있는 지크는 이대로는 선발 로테이션을 채워 나기기가 힘겨워 보인다.

지크가 마운드에 내려선 후 기아는 총력전을 펼쳤다. 총 여섯 명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른 기아는 한기주만 1실점을 했고, 다른 투수들이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대반전을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SK에서 트레이드된 고효준도 기아로 자리를 옮긴 후 처음 마운드에 등판해 사사구를 하나 내주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한화 이글스 카스티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6-8 상황에서 기아의 반격은 필에게서 시작되었다. 5회 1사 상황에서 필은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으로 주춤하던 기아 타선을 깨웠다. 7회 한화가 연속 안타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7-9까지 달아났지만, 기아 타선도 더는 침묵하지 않았다.

1회 대량 득점의 시작이었던 김호령이 다시 볼넷을 얻은 후 필의 안타에 이은 나지완의 희생 플라이가 더해지며 경기는 8-9까지 다시 추격하게 되었다. 한 점 차 상황에서 기아 경기는 9회 다시 시작되었다. 9회 말 한화는 정우람이 아닌 카스티요를 내세웠지만 그게 패착이 되고 말았다.

정우람의 과도한 등판 후 뒷문에 대한 우려가 컸던 한화로서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카스티요가 등판한다고 최근 기아의 타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아는 9회 말 1점이 뒤진 상황에서 선두 타자로 나선 필의 안타는 중요했다.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 타자의 역할은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필은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한화 마운드에게는 불안함을 선사했다. FA로이드인 나지완까지 안타를 치며 분위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렸고, 주장 이범호가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뒤늦게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제구는 흔들렸고 다시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백용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오준혁을 투수 땅볼로 잡으며 위기를 넘어서는 듯했지만 박찬호를 넘어서지 못했다. 2B2S 상황에서 박찬호의 집중력은 한화의 마무리 정우람을 넘어섰다.

국가대표 2루수인 정근우의 벽을 뛰어넘는 박찬호의 한 방은 결국 기아를 승리로 이끌었다. 실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타가 되면서 박찬호는 지독한 타격전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총력전을 펼친 기아는 결국 7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난주 승부에서 양현종과 헥터가 연속 완투를 거두며 불펜을 아낀 보람이 이번 경기에서 그대로 적용되었다. 문제는 수요일 경기에 선발로 나서는 김윤동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느냐다. 지크가 정상적인 투구를 했다면 김윤동 선발 경기에서 총력전을 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전 경기에서 상대를 좀처럼 승부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투구만 하다 조기강판당했던 그가 다시 주어진 기회를 잡을 수만 있다면 기아의 연승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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