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2008년 하반기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협조한 감청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통신자료 제공현황을 발표했다.

2008년 수사기관의 감청건수는 ‘사상 최초 9000건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총 9004건의 감청 중 ‘98.5%가 국가정보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청 통계 발표에 따라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국정원대응모임(민주화신철가족운동협의회,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는 오늘 7일 오후 2시 국회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통신 감청 98.5% 국가정보원이 집행한다”며 ‘국정원을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 4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국정원을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시도 중단하라!' 기자회견ⓒ나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ID 및 전화번호 등의 감청대상별 감청통계 결과를 보면 감청건수가 2008년 사상 최초로 9000건을 돌파해 9004건을 기록했다”며 “놀라운 것은 이 중 98.5%가 국가정보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통계 결과를 설명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검찰 24건, 경찰 94건, 군수사기관 19건이었으나 국정원은 8864건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연도별로 분석했을 때에는 다른 기관은 감청 건수가 줄고 있으나 국정원만 늘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장여경 활동가는 “감청은 일반적으로 범죄자와 관련해 ‘납치’, ‘유기’ 등 긴급한 상황일 때 사용되는 수사기법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정원은 정치사찰 등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일반 국가 범죄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감청이 98.5%를 차지한다는 것은 범죄수사를 위해 휴대폰 감청도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가 허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재도 이러한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비법 개악을 시도하며 감청의 범위를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장여경 활동가는 “정부여당에서는 현재 유선전화도 감청하고 있는데 휴대전화로 확대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국정원의 감청에 날개를 달아주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간접 감청’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개정안에서 국정원만큼은 예외적으로 ‘직접 감청’을 허용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외국인들에 한해서는 직접 감청을 하겠다는 주장인데 실제 감청대상자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국정원 외에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누가 감청 대상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정원의 비밀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정원 5대 악법’으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안’, ‘비밀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꼽고 있다. 이들 법은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무제한 확대하고 공공부문, 민간부분 정보를 국정원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권오헌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정원 5대 악법’을 두고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의 부활”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해 국민들이 들고 일어서자 이러한 법들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기본권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영구집권을 노리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한편, ‘긴급감청’의 수치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긴급감청 문서건수가 2건이지만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긴급감청은 검사 또는 국정원장의 승인으로 우선 감청하고 36시간내 법원의 허가서를 제출받으면 되는 것으로 이후 법원의 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감청된 건에 대해서는 기록에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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