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돈 수수’ 시인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한 ‘실망’과 솔직한 인정과 사과에 대한 ‘긍정’이다. 내용으로 보면 ‘저주’와 ‘응원’이라는 극단으로 갈린다. 반응은 정파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정파적으로 지지하더라도 전직 최고권력자의 비리에 대해 ‘침묵’ 또는 ‘동정’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에 견줘보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에 올린 사과글이 기사화된 7일 오후 4시 30분경부터 네티즌들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ID ‘건민’은 “집사람이 수십억씩 받았는데 전직 대통령인 남편이 몰랐다구요? 처신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입장에서 몰랐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비겁한 변명”이라고 평가했으며, ID ‘heimat’도 “뇌물혐의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ID ‘로그인’은 “이제 모든 게 밝혀지려고 하니까 뒤늦게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양을 보이면서 동정표라도 받으려는 속셈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봉하마을 아방궁 부수는데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노무현씨가 이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 했는데도 노빠들은 남자답다는 둥 헛소릴 한다”(viper9973)와 같은 과격한 댓글도 등장했다.

▲ <동아닷컴>의 노무현 사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연합뉴스>도 오후 6시 30분경 <노 전 대통령 사과에 시민들 ‘실망·허탈’>에서 “믿었던 전직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며 허탈해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전달했다. “고위 공직자 가족이 그런 식으로 돈을 받아챙긴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소 소탈하고 손자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는 등 서민 대통령으로 보여주는 모습들이 사실 설정된 것이었는지, 연기가 아니었는지 배신감이 든다” “대통령 선거 때는 도덕성 하나로 지지를 호소하더니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 일색이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는 “허탈하지 않다. 실망하지 않는다”(JayLee) “제목 보고 연합뉴스인 줄 알았다”(실버) 등 오히려 <연합뉴스>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렸다.

기사 댓글에서 백수영씨는 “사과하라고 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누구들이랑은 다르다”고 주장했고, 강수천씨 역시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 정말 감사합니다. 돈을 받은 사실은 잘못이니 죄값은 치르시되 너무 쌓아놓지는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을 위로(?)했다.

이선용씨는 “결과적으로 권 여사께서 쓰신 돈이라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의 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노 전 대통령님께 고마운 점이 있다면 구태의연하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떼고 비서진의 책임으로 몬 게 아니라 충분히 알아보고 객관적인 면에서 사과하고 나오셨다는 솔직함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 역시 신중하게 지켜보겠습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는 열렬한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ID ‘죽장망혜’는 “왜 사과를 하셔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아무런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정치 공세를 하고 몰아가면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지요?”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ID ‘아뿌아’는 “노 전 대통령님께서 지금까지 보여주신 행적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을 믿습니다”고 밝혔다. ID ‘jhk0677’는“역시 우리 노짱이십니다. 힘내십시오!!”라고 노 전 대통령을 응원했으며, ID ‘NZ’는 “이명박 대통령께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만 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마시기 바랍니다”며 역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팬덤 현상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돈 수수 비리에 대해서까지 이같은 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언론을 비롯해 우리사회가 ‘정치문화’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조건부’와 ‘상대성’의 상황논리로 18년 억압통치가 미화되고, 숨진 지 30년이 다 되도록 ‘살아 있는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박정희 현상과도 정교한 비교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 ‘사람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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