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사안에 대해 과거와 다른 잣대를 내세우는 신문의 행태에 대해 독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중앙일보는 제53회 신문의 날을 맞이해 “언론창달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신문업계로서 선뜻 자축하기 힘든 게 작금의 현실”이라며 프랑스, 일본, 미국, 오스트리아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신문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강하게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신문읽기의 탁월한 교육적 효과는 이미 학계에서도 입증된 만큼 법으로 지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기존 ‘독서문화진흥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이같은 입장은, 사양산업 종사자로서의 위기감이 짙게 깔린 것으로 일견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4년 전 참여정부의 신문법 제정 당시 중앙일보는 과연 어떠한 태도를 보였던가?
당시 중앙일보는 독과점상태에 있는 신문시장 개혁을 위해 △상위3사가 60%를 점유할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신문발전기금 수혜대상에서 제외 △신문의 방송교차 소유 금지 △발행부수, 유가판매부수, 구독수입 등 공개 △신문의 공적책임 명시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신문법에 대해 “신문은 여론을 형성하는 특수한 일을 할 뿐 본질은 일반 사기업과 다를 바 없다”며 신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강하게 부정했다. 사기업에게 국민의 세금을 쓰이는 것이 온당하지 못하다는, 자유주의 상업론이 전제로 깔렸다.
중앙일보는 2005년 6월 13일자 사설 <위헌소지 신문법, 헌재 결정 전 개정하라>에서 6개 신문사가 참여하는 신문유통원에 대해 “우리는 신문사들이 자발적으로 공동배달 체계를 갖추는 데 대해 반대할 뜻이 없다”면서도 “문제는 이 신문유통원이 국고에 의해 운영된다는 데 있다. 국고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이 모인 것이다. 비록 언론이 공익적 성격이 있다 해도 본질적으로 사기업인 언론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005년 7월 28일자 사설 <언론자유 제한하는 신문관련법 개정하라>에서 “불행히도 신문관련법은 언론의 자유보다 사회적 책임을 앞세웠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이행수단까지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존하고 있다”며 신문법 폐기를 촉구했으며, 2006년 5월 4일자 사설 <위헌소송 중인 신문법 시행 미루어야>에서 신문발전위원회가 신문사에 경영정보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것에 대해 “신문사도 기업인 만큼 영업 비밀이 있다. 이걸 통째로 밝히라는 것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경영상 비밀이나 약점을 이용해 비판 신문을 옥죄겠다는 의도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러니 한국의 언론자유가 뒷걸음친다는 얘기가 외국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 사기업인 신문사가 국가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으면 비판의 날이 무뎌지고 공정보도를 할 수 없다” “이러니 한국의 언론자유가 도태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던 중앙일보가 이제와 국가 지원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신문산업이 그만큼 벼랑끝에 몰렸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입장을 약간 선회했을지언정 본질적 속내는 그대로 고수한다. 경향, 한겨레까지도 혜택을 받을 ‘공적재원 투입’보다 보수언론에게 훨씬 유리한 ‘신방 겸영 허용’이 해답이라는 것이다. 이 사설에서도 ‘신방겸영 허용’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가장 중요한 법률적 뒷받침은 국회에 계류 중인 미디어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라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적 환경이 마련돼야 신문사들도 5공시절 채워졌던 낡은 족쇄를 벗고 경영쇄신을 꾀할 수 있다. 변화된 미디어환경에 발맞추기 위한 법안 마련에 여야,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의 날을 맞아 겸허한 마음으로 독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중앙일보. ‘보도의 일관성’은 ‘독자를 위한 최선’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