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오는 5일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2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위 △로비 행태와 수법 등을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사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도 공개할 방침이다. 오늘자(2일) 경향신문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지검이나 지방검찰 쪽은 계열사 사장이 맡고 중앙지검은 그룹이 맡는다 △돈 안받으면 비싼 포도주 줘라. 돈 안받는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은 이렇게 하라 △시민단체도 관리하라 △검사 한명당 500만~1000만원, 검사장급은 1000만원 가량, 법무부 장관, 차관도 로비의 대상이 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삼성 비자금’ 문제는 현재 초미의 관심사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의혹과 함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2년 대선 잔금의 용처에 대한 주목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자금 문제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문제가 함께 불거질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삼성 비자금’ 파문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 세 신문은 ‘전력’이 있다. 삼성그룹이 전직 그룹 구조조정본부 간부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이들은 사안 축소의 강도가 가장 강했다. 국민 동아 중앙일보가 가장 ‘작게’ 보도했다는 말이다.
삼성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항상 ‘구설수’에 오르는 중앙일보. 당시(10월30일자) <“내 계좌에 50억 비자금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10면 2단으로 보도했다. 그것도 맨 하단에.
삼성 쪽과 ‘사돈지간’인 동아일보 역시 당시 사안을 축소시켰다. 같은 날(10월 30일) 12면 3단 크기로 보도했는데 단수에 비해 제목이 작은 데다 편집 자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전 삼성법무팀장 “삼성그룹이 내 계좌로 50억 비자금” / 삼성그룹 “외부 제3자의 돈 밝혀져 … 회사와는 무관”>이었다. 국민일보도 당시 동아일보와 유사한 편집방식을 선보였다.
삼성 비자금 ‘후속보도’ 찾기 힘든 동아 중앙 국민일보
이들 세 신문은 삼성 비자금 문제를 ‘마지 못해 한 줄 걸치고 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후속보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공통점도 있다. 오늘자(2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1일 방송사 메인뉴스를 통틀어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을 비롯한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곳은 국민 동아 중앙 한국일보다. 한국도 이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국민 동아 중앙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사실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보도태도는 이들 세 신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 언론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정아-변양균 유착 사건’에 대해서는 신정아씨의 핸드백과 티셔츠 브랜드까지 들춰내고 급기야 누드 사진까지 등장시키면서까지 지면을 도배했던 신문들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 약속이나 한 듯 외면하는 행태는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지난달 3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성명서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신문의 ‘소극적 보도행태’는 지나치게 ‘적극적’이다. 마치 ‘누가 더 소극적으로 보도하나’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처럼.
김병수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오늘자(2일) <삼성의 힘!>(35면)이라는 칼럼에서 “삼성 쪽은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잘 막았다고 자평한다”는 삼성 내부 분위기를 전했는데 굳이 그렇게 자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알아서 침묵’하는 언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