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오는 5일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2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위 △로비 행태와 수법 등을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사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도 공개할 방침이다. 오늘자(2일) 경향신문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지검이나 지방검찰 쪽은 계열사 사장이 맡고 중앙지검은 그룹이 맡는다 △돈 안받으면 비싼 포도주 줘라. 돈 안받는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은 이렇게 하라 △시민단체도 관리하라 △검사 한명당 500만~1000만원, 검사장급은 1000만원 가량, 법무부 장관, 차관도 로비의 대상이 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향신문 11월2일자 10면.
‘마지 못해서’ 보도하더니 결국엔 ‘침묵’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삼성 비자금’ 문제는 현재 초미의 관심사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의혹과 함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2년 대선 잔금의 용처에 대한 주목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자금 문제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문제가 함께 불거질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삼성 비자금’ 파문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 서울신문 11월2일자 2면.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면피성’ 보도를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아예 ‘대놓고’ 삼성 비자금 문제에 ‘침묵’하는 언론이 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국민일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세 신문은 ‘전력’이 있다. 삼성그룹이 전직 그룹 구조조정본부 간부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이들은 사안 축소의 강도가 가장 강했다. 국민 동아 중앙일보가 가장 ‘작게’ 보도했다는 말이다.

삼성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항상 ‘구설수’에 오르는 중앙일보. 당시(10월30일자) <“내 계좌에 50억 비자금 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10면 2단으로 보도했다. 그것도 맨 하단에.

▲ 11월1일 MBC <뉴스데스크>
삼성 쪽과 ‘사돈지간’인 동아일보 역시 당시 사안을 축소시켰다. 같은 날(10월 30일) 12면 3단 크기로 보도했는데 단수에 비해 제목이 작은 데다 편집 자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전 삼성법무팀장 “삼성그룹이 내 계좌로 50억 비자금” / 삼성그룹 “외부 제3자의 돈 밝혀져 … 회사와는 무관”>이었다. 국민일보도 당시 동아일보와 유사한 편집방식을 선보였다.

삼성 비자금 ‘후속보도’ 찾기 힘든 동아 중앙 국민일보

이들 세 신문은 삼성 비자금 문제를 ‘마지 못해 한 줄 걸치고 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후속보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공통점도 있다. 오늘자(2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1일 방송사 메인뉴스를 통틀어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을 비롯한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곳은 국민 동아 중앙 한국일보다. 한국도 이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국민 동아 중앙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 한겨레 11월2일자 35면.
사실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보도태도는 이들 세 신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 언론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정아-변양균 유착 사건’에 대해서는 신정아씨의 핸드백과 티셔츠 브랜드까지 들춰내고 급기야 누드 사진까지 등장시키면서까지 지면을 도배했던 신문들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 약속이나 한 듯 외면하는 행태는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지난달 3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성명서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신문의 ‘소극적 보도행태’는 지나치게 ‘적극적’이다. 마치 ‘누가 더 소극적으로 보도하나’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처럼.

김병수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오늘자(2일) <삼성의 힘!>(35면)이라는 칼럼에서 “삼성 쪽은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잘 막았다고 자평한다”는 삼성 내부 분위기를 전했는데 굳이 그렇게 자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알아서 침묵’하는 언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