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한 국회대정부질문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언론사 실명과 언론사 대표 성씨를 공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해당 언론사는 이 의원에게 공문을 보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운운하고 나섰다.

◇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일보> ○사장”

▲ 국회영상회의록 화면 캡처.
이종걸 의원은 이달곤 장관을 향해 “지난 3일 장자연 리스트 공개여부 관련해 오전에는 ‘실명 모두 밝히겠다’ ‘혐의도 밝히겠다’ 하다가 갑자기 오후에 ‘사법처리 대상자는 공개하겠다’라고 싹 빠졌다”며 “강희락 청장이 언론사 대표 등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수사본부에서는 ‘소환하려다 아직 안했다’고 왔다 갔다 했다. 왜 이렇게 걱정하는 거냐. 박연차 리스트하고는 굉장히 대조가 되자 않냐”며 경찰의 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장자연 리스트에 신문사 대표가 포함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보도가 됐다. 누가 은폐하려고 한 거 아니냐”며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당시 <○○일보>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 ○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보고 받았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찰이 언론사의 대표, 언론사의 사주를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조사 자체를 왜곡시키고 조사를 못하고, 이런 거에 대해서 행안부 장관이 거기에 대한 책임을 못느끼냐”며 “국민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의 반박

한편 <조선일보>는 이종걸 의원 발언 뒤 “본사 사장은 위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각 언론사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후 경영기획실장 명의로 ‘국회내 명예훼손 행위 관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이 의원실로 보내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국회 내에서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남용”이라며 “이로 인하여 특정인의 명예에 중대한 손상을 가하는 행위는 명백히 민형사상 위법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은 “귀하에 대하여 즉각 위와 같은 위법행위에 대하여 사과함과 동시에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줄 것을 요구한다”며 “본사로서는 이와 같은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귀하에 대하여 엄중한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국회의원마저 협박하는 ○○일보의 오만함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보는 헌법규정마저도 무시한 채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위법행위 운운하며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법적대응을 고지하는 등의 협박 행위를 서슴없이 행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국회의원의 직무상의 발언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협박하는 거대신문권력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하고 양식 있는 언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이 3월3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고 장자연씨 사망사건, 왜곡 축소보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곽상아
◇ 대부분 언론 <○○일보> 보도

이 의원이 언론사 실명과 언론사 대표의 성씨를 공개했음에도 대다수 언론들은 <○○일보>로 보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민중의 소리> <프레시안>만이 언론사와 언론사 대표를 직접 언급했다.

국회의원은 면책특권(헌법 제45조)에 의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해당 언론사의 실명을 공개할 경우 명예훼손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헤럴드 경제> <뉴시스> <이데일리> <아이뉴스24> <CBS> 등은 해당 언론을 ○○일보, XX일보 등으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경영기획실장 명의의 ‘보도에 참고 바랍니다’란 제목의 A4 한 장짜리 문건을 자사 기자를 통해 국회 기자실 등에 일일이 배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민중의 소리>는 보도했다.

언론사 실명과 언론사 대표 성씨를 공개한 언론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민중의 소리 관련기사에는 “민소만 진짜 언론이군. 다른 모든 곳이 xxx라고 썼던데. 역시 간판 내리는 걸 무서워하지 않은 민소가 진정한 언론이오” “역시 민중의 소리답습니다. 강한자 앞에 굴함없는 진정한 민중의 언론” 등의 칭찬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신문>도 이날 오후 관련 기사에서 해당 언론사 실명과 언론사 대표 성씨를 보도했으나 한 시간 뒤쯤 내렸다.

이종걸 의원의 대정부질문 동영상은 국회영상회의록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미디어스>는 이종걸 의원이 공개한 신문사 이름을 ‘○○일보’로 익명 처리하되, 조선일보사가 배포한 보도자료 등 이 의원 발언 이후 조선일보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행위 주체의 실명을 밝힌다.

다음은 조선일보가 국회 기자실에 배포한 보도자료 전문이다.

보도에 참고 바랍니다.

조선일보사

▲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스
오늘 국회 대정부질분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장자연 문건'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 본사의 이름 및 본사 최고 경영자의 성씨를 실명으로 거론했습니다. 이에 대한 본사의 입장은 아래와 같으니 참고 바랍니다.

1. 본사 최고경영자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2.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대정부 질문에서 전혀 근거없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물어, 특정인의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것은 면책특권의 남용에 해당됩니다. 면책특권을 악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3. 본사는 해당 의원에 대해 본사가 입은 피해를 회복하지 위한 모든 조치를 즉각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4. 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실명을 적시, 혹은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되므로, 관련 법규에 따라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5. 향후 본건과 관련, 본사와 임직원의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본사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6. 본사는 근거없는 허위사실들이 유포됨으로써 무고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고있는 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관계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하루 속히 밝혀줄 것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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