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이 ‘무한도전’에서 최종적으로 하차를 결정했다. 이는 ‘무한도전’을 10년간 사랑한 고정 팬들에겐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식으로, 깊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하차 결정 이유는 ‘긴장감과 중압감, 부담감’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를 사랑해온 팬들은 그의 고민 모두를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정형돈의 최종 하차는 사실 그의 불안장애가 직접적인 이유지만, 그 불안장애가 생긴 건 그의 성격 이외에 프로그램 주는 과한 스트레스가 한몫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느새 시청자들은 출연진이 완벽한 인물이길 바라고, 출연자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었을 터. 작은 잘못도 지나치게 크게 비난을 해온 건 늘 봐왔던 일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대중과 언론이 몰아치는 것에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나 제작진이 커버를 해줘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무한도전> 제작진은 커버를 해주지는 못하고 사과만을 하며 출연자에게 부담감을 줬다.

사소하거나 혹은 약간 큰 잘못에 사과를 남발하는 방송,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최우선의 가치는 출연자에겐 극심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두 번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그 특유의 표현 방법 때문에 환영을 받았지만, 이어지는 사과 방송의 반복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덫이 되어 어느새 출연자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타인에 모범이 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 부응 심리. 그건 프로그램이 겪는 강박이었을 뿐만 아니라 출연자가 갖는 강박이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잘못하지 말라고 서로를 구속하고, <무한도전> 위주의 스케줄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은 족쇄가 되었다.

목요일 본 녹화라고 하지만 대부분 일주일 내내 조금씩 촬영을 하는 스케줄 소화.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한 프로그램에 충실하며 경제적으로 큰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었기에 심적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SBS <힐링캠프> 정형돈 편

정준하나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하하. 전부 예능인이지만 그들은 모두 개인 사업을 하는 멤버들이다. 명목상 사장이라고 한들 사업에도 신경도 써야 하고, 다른 프로그램도 자유롭게 하며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곳이 <무한도전>이다.

그들은 논란이 있으면 온갖 비난을 받으며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고, 그 고통은 늘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무한도전>과 엮여 고개를 들 수 없게 했기에 그들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것이다.

지나친 도덕성 요구는 자유를 옭아맸고, 분명 큰 잘못을 한 노홍철과 길이지만 복귀할 시기에도 스스로 출연을 거부하는 모습은 의아했지만, 한편으로 이해되는 모습이다. 그냥 마음 편히 자기 일을 해도 모자람이 없는 그들이지만, <무한도전>은 복귀함과 동시에 감시자가 따라붙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에 그들은 복귀를 거부하는 것일 수 있다.

정형돈은 물론 노홍철과 길 또한 마찬가지의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굴레는 사실 <무한도전>이 스스로 만든 것. 잘못했으면 그 잘못에 맞는 처벌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지나친 도덕성을 요구해 문제로 보였다.

Mnet <쇼미더머니5>

무엇보다 <무한도전>에 이해가 안 갔던 것은 그런 빡빡한 원칙을 자랑하던 곳이, 어떤 한 면에선 또 지나칠 정도로 무원칙한 면을 보여주기에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는 헛갈릴 수밖에 없었다.

노홍철과 길의 빈자리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자 ‘식스맨’을 뽑은 건 처음엔 이벤트성이라 생각했지만, 이벤트가 아닌 정식 멤버로 들여 기존 팬들의 반발을 사고, 그를 밀어주기 위해 1년 반이 되도록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살리려 하지 않는 모습은 지지하는 시청자도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또 복귀하기도 애매한 부분.

<무한도전>이 그들에게 못 보여준 건 신뢰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데, 매번 흔들리기만 했기에 그들이 복귀를 거부하는 것이고 하차하는 것이다. 만약 노홍철과 길을 빨리 복귀시켰다면 정형돈 또한 하차를 결정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받는 것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과한 희생을 강요하는 프로그램의 현실을 돌아볼 때다.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지나치게 모범적인 프로그램이 되려 하지 말자. 그럴수록 족쇄의 수는 늘어나고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