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복귀 후 파괴적인 모습으로 해적단의 실질적인 선장 역할을 하던 강정호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아직 수사 중이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강정호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후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던 강정호가 마침내 길고 어두웠던 부진의 늪을 벗어나는 듯하다.

팀을 완승으로 이끈 강정호의 3타점 싹쓸이 2루타, 콜의 휘파람을 이끌다

피츠버그의 에이스 콜이 선발로 나선 이번 경기에서 타선은 완벽하게 폭발했다. 그동안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해적단 두목인 맥커친은 홈런을 치는 등 분위기 반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애틀의 이대호가 선발 출장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날처럼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을 모두 볼 수는 없었다. 비록 대타로 나서기는 했지만 말이다.

초반 선발 양 투수의 피칭은 상대를 압도했다. 직구 구속이 콜보다 좋은 시애틀의 팍스턴의 구위는 좋았고 피츠버그 타선 역시 공략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첫 타석이 지난 후 이내 공략법을 찾아낸 피츠버그 타자들을 팍스턴이 넘어서기는 버거웠다.

선발 1루수로 출전한 프리즈와 투수 콜의 환상적인 호흡이 드러난 3회 초 수비는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강한 타구를 자신의 앞에 떨어트리고 1루 베이스로 들어오는 콜에도 등 뒤로 토스하듯 던져 잡아내는 과정은 최고였다. 대단한 호흡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피츠버그 강정호.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이 수비가 힘이 되었는지 3회 말 피츠버그 타선은 폭발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8번 해리슨이 3루타를 만들어냈다. 단타나 2루타 정도로 끝낼 수도 있는 타구를 좌익수로 나선 아오키가 뒤로 빠트리며 해리슨을 홈까지 들어서게 할 정도였다. 3루를 돌며 흔들리지만 않았다면 해리슨의 주력을 감안하며 해볼 만한 승부였기 때문이다.

해리슨이 포문을 열자 머서가 적시타를 첫 타점을 뽑아내고 프리즈의 내야 깊은 타구로 주자는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맥커친은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고, 4번 타자로 나선 마르테는 유니폼을 맞고 만루 상황을 만들어냈다.

만루에서 강정호는 투 스트라이크로 몰리기는 했지만 이후 유인구들을 참아내며 밀어내기 볼넷을 만들어 3-0까지 달아났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강정호의 인내심은 그래서 중요했다. 3득점을 한 후 침묵하던 타선은 다시 7회 폭발하기 시작했다. 6회 콜이 1실점을 한 후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3회 호수비 뒤 공격이 폭발했듯 7회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투수에게 7회는 완투로 갈 수 있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이닝이다. 더욱 2점 차 승부에서 힘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7회 피츠버그의 투수는 콜이 완투를 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했다. 첫 타석으로 나선 린드의 잘 맞은 타구를 깊게 수비한 2루수 해리스는 안타를 아웃으로 만들어냈다.

시프트로 2익수 역할을 한 해리슨의 호수비에 이어, 마틴의 잘 맞은 타구를 우익수로 나선 로드리게스의 환상적인 수비는 콜을 환호하게 했다. 마틴이 수비로 나서 비슷한 펜스 플레이로 피츠버그 안타를 막아내더니, 자신의 타구를 피츠버그 우익수가 동일한 방식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흥미롭기까지 했다.

현지 중계가 이 멋진 장면을 리플레이를 끝내기가 무섭게 마이크의 잘 맞은 타구는 좌익수 앞으로 가는 장타가 될 수밖에 없는 타구였다. 라인에 바짝 붙지 않았던 강정호는 몸을 날려 강하게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하며 잡아 곧바로 1루로 던져 7회 환상적인 수비를 완성해냈다.

피츠버그 강정호.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3루 라인을 타고 장타가 될 수밖에 없는 공을 완벽한 타이밍으로 다이빙해서 잡아내고 곧바로 1루로 송구하는 강정호의 물 흐르는 듯한 수비 장면에선 감탄이 나왔다. 물론 1루수 프리즈가 조금 높은 공을 잘 잡아낸 것도 중요했지만, 강정호의 수비는 역시 일품이다.

호수비로 7회 초 수비가 삼자범퇴로 끝나자 선두 타자로 나선 선발 콜은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 상황에서 머셔의 빗맞은 타구가 3루 방향 번트처럼 되며 주자가 모두 살아나며 분위기는 완벽하게 피츠버그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1사 1, 2루 상황에서 맥커친이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2루 주자 콜이라는 점에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만루 상황에서 마르테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4-1로 점수를 늘린 피츠버그는 다시 강정호가 나섰다. 시애틀은 컨스로 마운드로 바꾸고 만루 상황에서 강정호에 맞서게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초구 몸 쪽에서 가운데로 약간 몰리는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쳐낸 강정호의 타구는 자신이 7회 초 다이빙해서 잡은 쪽으로 빠져 좌측 펜스까지 흘러갔다.

충분하게 싹쓸이를 만들어낸 강정호의 2루타는 결국 콜이 완투를 하는 이유가 되었다. 7-1까지 점수가 벌어진 상황에서 8회 맥커친이 해적단 선장다운 모습으로 3점 홈런을 쳐내며 완벽한 승리를 완성해냈다. 이번 경기에서 피츠버그는 시애틀을 상대로 10-1 완벽한 승리를 얻어냈다. 밀워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둔 피츠버그로서는 불펜 투수들도 아끼며 그동안 부진했던 핵심 타자들의 타격감까지 살려낸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강정호는 전날 경기에서 안타를 쳐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팀에 가장 중요한 순간 싹쓸이 2루타를 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이 타구로 인해 강정호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지독한 부진에 빠졌던 그가 살아난다면 피츠버그의 후반 행보는 다시 한 번 가을 야구로 향해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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