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한나라당 미디어관련법에 관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위 전체회의에서 여야쪽 추천위원들은 각 1명씩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다양성’에 관한 발제를 진행했다. 발제자를 비롯한 여야 추천 위원들은 지상파의 독과점 여부, 여론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 ‘신문방송 겸영’에 관한 팽팽한 토론을 이어갔으며,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쟁점1]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 심각” VS “산업적 특성”

▲ 최홍재 위원
신방겸영 허용 찬성 측 발제자로 나선 최홍재 위원(한나라당 추천)은 지상파3사의 시장점유율(81.1%)이 주요일간지의 시장점유율(55.8%)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자유기업원 언론시장 보고서를 근거로 “방송3사의 여론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방송에서 창출된 (허위) 정보가 포털과 함께 유통될 때 현명한 국민들도 정확한 판단을 하기 불가능한 상태가 됐음을 지난해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현재의 여론 독과점 구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신문이 방송 등 다양한 매체와 결합할 필요가 절실하다. 취재력있는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경우 원소스 멀티유스의 효율성 제고가 예상된다”며 “아예 신문의 방송 소유지분을 20%가 아닌 49%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방겸영 허용 반대 측 발제자로 나선 조준상 위원(민주당 추천)은 제일기획의 연도별·매체별 광고 구성비(2007년)를 근거로 “전체방송시장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지상파방송시장으로 한정할 것인지에 따라 (독과점 여부는) 달라진다”며 “전체방송시장 안에서 지상파방송 독과점은 성립하지 않는다. 광고매출액 비중만 봐도 전체 방송시장 안에서 지상파방송의 비중은 2001년 92.9%에서 2007년 65.0%로 하락했다. 지상파방송 자체가 공정거래법 독과점 기준(75%)에 밑돌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3사에 한정할 경우 이 비중은 훨씬 하락한다”고 맞섰다.

조 위원은 최홍재 위원이 근거로 든 자유기업원 보고서에 대해 “지상파방송으로 한정해 독과점 여부를 진단했는데, 지상파방송시장 안에서의 독과점은 한국사회에서 지상파방송 출현 때부터 지금까지 존재해온 문제”라며 “지상파방송이 장치산업이라는 산업적 특성을 갖거나 주파수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애초부터 진입장벽이 높은 ‘특혜’를 받는 산업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지난 10년에 걸쳐 방송뉴스의 신뢰도가 신문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상황에서, 신문의 방송뉴스 소유와 겸영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신문의 방송뉴스 소유와 겸영 논의에서 신문시장의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신문법 개정안에서 신문산업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경영자료(발행부수와 유가부수) 신고조항을 삭제한 것은 명백한 퇴보”라고 비판했다.

[쟁점2] “방송은 신문 소유 가능” VS “명시적 근거없다”

최홍재 위원은 “방송의 신문 겸영은 자유롭다. 지분의 49%까지 소유가 가능하다”며 “신문의 방송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더욱이 MBC의 영향력이 조선일보의 5배에 이른 조건에서 MBC의 신문 겸영은 가능하고 그 역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준상 위원은 “현행 신문법, 방송법상으로 방송뉴스의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 소유나 겸영에 관한 명시된 근거는 없는 실정”이라며 “2006년 6월29일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까지 방송뉴스의 일간신문이나 뉴스통신 소유나 겸영시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방송뉴스와 일간신문/뉴스통신의 교차소유가 금지돼왔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에 따르면, 당시 헌재는 신문법에 관한 결정에서 “이종미디어간 융합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문과 지상파방송 간의 관계이다.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은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미디어 수단이므로 이 수단의 융합은 전체 언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것이 언론의 다양성 보장을 저해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은 “헌재가 일간신문과 지상파방송간의 융합을 여론다양성 측면에서 함께 문제삼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며 “방송뉴스의 일간신문 소유와 겸영에 관한 현재의 방송법·신문법 규정은, 여론다양성에 대한 정확한 상황이 입증되지 않는 한 헌재의 결정에 부합하도록 ‘방송뉴스와 일간신문은 상호 소유하거나 겸영할 수 없다’로 개정되는 게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쟁점3] “매체 늘어나면 다양성 향상” VS “홈쇼핑 채널수 증가, 다양성 늘어났나?”

황근 위원(한나라당 추천)은 “정부여당의 법개정은 신규사업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매체가 늘어나면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신규사업자가 몇개 들어온다고 해서 여론이 독과점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자신들의 주장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영묵 위원(민주당 추천)은 “여론 다양성을 위해 지상파 독과점을 제한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존에 진입해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다양성 향상에 전혀 도움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독점을 가능하게 한다”고 반박했다.

강혜란 위원(민주당 추천) 역시 “홈쇼핑 채널이 3개에서 5개로 늘었는데 다양성이 늘어났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오히려 채널들이 획일화된다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경쟁이 늘어날수록 공공영역을 엄격하게 분류해서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창현 위원(민주당 추천)도 “왜 굳이 대기업, 보수신문들이 신규사업자들의 중심이 돼야 하느냐. 여론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수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드는 것이 법의 기본 정신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법적 조치 취할 것” VS “위협감 느낀다”

▲ 강상현 위원장이 “이헌 위원의 ’법적 조치’ 주장에 위협감을 느낀다”고 발언하는 모습 ⓒ곽상아
한편, 3차 회의 때 강상현 위원장(민주당 추천)이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3월25일자)을 문제삼으며 퇴장했던 이헌 위원(한나라당 추천)은 “아직까지 강상현 위원장의 사과가 없었다. 나와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 조치는 활동기간 이후로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상현 위원장은 “위협감을 느낀다. 지난 회의 이후 전화를 해서 사과하라든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다. 시간을 유보하면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협박일 수 있다”며 “개인적인 양심에 의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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