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물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과거를 바꾸려 할 경우 시간 혹은 어떤 힘에 의해서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상상의 자유 속에서도 지켜야 할 도리의 마지노선을 설정했기 때문이고, 그런 제약 자체가 주는 긴장감 때문일 거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타임스립이 아닌 두 차원의 세계를 다룬 더블유에도 그런 장치가 작동할지 궁금했었고, 역시나 그 금기가 등장했다.

물론 타임슬립이 아닌 이상 금기의 작동은 매우 달랐고, 오히려 타임슬립의 부작용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강철이 오연주에 관심 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 비서이자 친구인 윤소희는 어떤 불안에 사로잡혀 엉뚱한 짓을 저지르게 됐다. 오연주를 공개적 장소로 유인해 결국 경찰에 잡히게 한 것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W〉

평소의 윤소희라면 하지 않았을 사고였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 상황이었다. 그 사실은 도망치던 오연주에 의해서 강철에게 알려졌고, 강철은 침착했지만 분노했다. 강철은 윤소희에게 친구로만 남고 비서로서는 해고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윤소희에게 남긴 긴 대사는 강철이란 개릭터를 비로소 설명해주는 계기도 되었다.

“내가 그렇게 당했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중략) 나는 나처럼 상식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도우려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너는 내 옆에서 또 희생자를 만들었어”

강철은 물론 사적으로는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진범을 찾겠다는 목적도 가졌지만 방송국 탐사프로그램을 통해서 경찰이 잡지 못하는 강력범죄자들을 찾아내는 데 수천억의 돈을 써왔다. 방송을 통해 진범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을 방지해주는 순영향도 있을 것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W〉

강철의 행적 그리고 윤소희에게 한 말을 통해서 강철이 사는 세계, 다시 말해서 만화 속 세계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른 무엇이 존재한단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현실을 기반으로 한 만화지만, 다른 그것은 방송이 정의 혹은 진실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거창하게 포장되지는 않았지만 더블유 속 두 개의 세계의 차별점이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강철 즉 작가의 이상이 담긴 부분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천국은 침노당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강철은 모르지만 긴 세월 동안 누군가와 처절하게 싸워왔다. 당연히 그것은 현실 속 작가 오성무(김의성)이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강철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인물, 후드티 입은 검은 남자의 존재 역시 오성무의 피조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W〉

그래도 강철은 그런 위협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자신의 세계를 지켜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금기가 깨어지는 순간 길고 긴 강철의 투쟁은 허무하게도 멈춰버리게 됐다. 윤소희 때문에 결국 구속되어 구치소에 감금된 오연주는 끝내 말하려 하지 않았던 비밀을 말하게 됐다. 강철이 만화 속 인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 외에는 모두 멈춰진 그의 세계. 강철은 결국 그 세계를 떠나 오연주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역시나 두 세계의 차원의 통로는 오성무의 작업 모니터였다. 대단히 성급한 생각이겠지만 강철은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두 세계의 질서 따위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현실에 없는 만화 속 세계에서라도 강철의 철학과 의지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것이 강철과 오연주의 관계로 봐서는 슬픈 이별을 의미한다면, 슬프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결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차원의 문이 온전할지는 미지수이며 오히려 사라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 강철은 돌아갈 수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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