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4시,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 앞. 낙하산 반대 배지를 단 YTN 노조원 100여명이 노종면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의 석방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조원들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동시에 ‘노사 합의를 이뤘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보이는 듯했다.

오후 4시45분경, YTN 법조 기자를 통해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곳곳에서 박수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YTN 노조원들은 지난달 22일 노 지부장이 자택에서 긴급 체포된 이후 처음으로 환한 표정을 지었다.

▲ 노종면 지부장의 석방 소식이 전해진 뒤 노조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송선영
이때부터 노조원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미리 뽑아온 A4 용지 종이에 담긴 글자로 ‘노종면을 YTN 품으로!’ ‘노종면 보고싶었다!’는 글귀를 맞춰 보기도 했고, ‘낙하산 반대 공정방송 사수’ 손팻말이 잘 보이도록 대오를 갖추기도 했다. ‘YTN은 승리한다’는 펼침막이 방송사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이리저리 각도를 잡으며 바삐 움직였다.

▲ 서울구치소 앞에서 노조원들이 석방된 노종면 지부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송선영
이들은 서울구치소를 나올 노 지부장에게 어떤 구호를 외쳐줄지 고민하기도 했다. 이 때 한 노조원이 “다음에는 안 구해준다”라고 외치자 노조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해가 져 제법 어둑해질 무렵 양복을 입고 걸어 나오는 노종면 지부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38분이었다.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 사람마다 “노종면이다”고 외치는 설레발 덕분에 몇 번을 속은 노조원들은 “이제는 안 속아”라고 외쳤지만 진짜 ‘노종면’이 나오자 노조원들은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노 지부장 또한 노조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2일 오후 6시38분 노종면 지부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송선영
노조원들은 노 지부장이 서울구치소 문턱을 넘자마자 미리 준비한 두부를 주었다. 석방 소식을 기다리며 서울구치소를 지킨 노조원 100여명 앞에 선 노 지부장의 표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조합원 여러분,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짐이 된 것 같아 할 말이 없습니다. 남은 싸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합의는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반영된 것이기에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공정방송을 제도화 하고 해고자 복직이 흐트러지지 않고 제 자리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 석방된 노종면 지부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송선영
그는 이어 “조합원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고 안아 드려야 하는데, 이 빚을 어떻게 갚아 주어야 하냐”며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선배, 후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59일 투쟁에서 늘 강직한 모습만을 보인 지부장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어 말을 잘 잇지 못하자 이를 지켜보던 노조원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짧은 의견 표명을 마친 노 지부장은 앞에 있던 노조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안았다.

▲ 석방된 노종면 지부장이 노조원들을 향해 웃고 있다. ⓒ송선영
눈물을 보인 노종면 지부장의 표정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체포와 구속 그리고 석방까지, 지난 12일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는지 울먹이기도 했고, 개국 이래 처음 돌입한 총파업에서 지부장의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말을 잇지 못했다.

YTN노조가 그렇게 원하는 노종면 지부장이 그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노조원 모두 환하게 웃었고,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이제 ‘낙하산 반대 투쟁’을 넘어선 ‘공정방송 투쟁’과 ‘해직자 복직 투쟁’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투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석방된 노종면 지부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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