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장자연 문건, 청와대 행정관의 성접대 의혹 등 어수선한 사건사고들로 가득 찬 사회면은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제일 물씬 나는 지면이다.

오늘(4월2일)치 신문들을 넘기는데, 유독 눈에 띄는 사회면 기사가 있다. 이날 <한겨레> 사회면에는 ‘성매매’와 관련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실렸다.

하나는 8면에 실린 기사 ‘경찰청장이 ‘성매매 발언’’이다. 이 기사에는 강희락 경찰청장의 놀라운 ‘경험담’이 등장한다.

▲ 한겨레 4월 2일치 사회면(8면) 기사
지난 30일 ‘경찰 기강 확립, 비리 척결 대책’을 발표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 사건’의 수사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강희락 경찰청장은 “성매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 여기서도 노총각 기자들 조심해야지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말했다.

또 강희락 경찰청장은 “내가 (경찰청) 공보관을 끝내고 미국 연수를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술 한잔 사라고 해서 (술자리를 가진 뒤) 2차를 갔다.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방)열쇠를 나눠주며 ‘내가 이 나이에 별일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하면서 “아무튼 그런 거 좋아하는 노총각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문제”라고 했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청와대와 방통위 직원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 수사를 맡은 경찰 총책임자가 본인의 ‘성접대 경험담’으로 보이는 얘기를 기자들에게 꺼낸 셈이다. 이 엄청난 발언은 이날 종이신문 중 <한겨레>에만 실렸다. 그렇다면 기자간담회에 있었던 여러 경찰청 ‘출입 기자’들이 모두 입다물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이에 대해 강희락 청장은 “시대도 바뀌어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와전됐다”며 “지금은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고,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들과 격의없이 어울린 자리에서 나온 말이며, 지금은 그런 부적절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2일 자유선진당 등은 강희락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한겨레 사회면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람 이야기는 11면 기사 ‘용산이 버린 그녀’다. 지난 1월 경찰 진압과정에서 6명이 숨진 ‘용산 참사’ 현장의 길 건너 편에 살고 있는 철거민들 이야기다.

▲ 한겨레 4월 2일치 사회면(11면) 기사
이들은 오는 10월 철거 예정인 용산역 근처 성매매 집결지의 성매매 여성들이다. 재개발로 건물주들은 ‘대박’이 터졌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성매매 여성들이 철거 이후, 성매매 업종과 발을 끊고 살기란 어렵다. 한겨레는 이날 기사에서 그녀들이 이대로 쫓겨나게 되면 또다시 마사지 가게, 오피스텔과 같은 음성적인 업소들을 찾아나서야 할 수 밖에 없는 사연을 전했다.

이어 해당 기사는 지난달 28일 용산의 한 찻집에서 열린 ‘막달레나의 집’ 후원 행사를 소개했다. 이 단체는 용산 지역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종교단체로, 철거 뒤 반찬가게 같은 다른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개발의 차익 중 일부는 버려진 그녀들의 자활을 위해 돌아가야 한다’는 단체 대표자의 주장도 함께 실렸지만, 이러한 논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청와대의 성매매 혹은 성접대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나선 경찰청장은 이번 성매매 문제를 ‘재수 ’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강 청장은 재수없으면 걸린다며, 왕년에(?) 자신도 성접대를 해봤다고 한다. 그리고 용산의 성매매 여성들은 곧 길거리로 내몰린다고 한다. 강 청장의 시각대로라면, 용산의 그녀들도 ‘재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일까. 오늘자 한겨레 사회면이 주목한 ‘성매매’의 두 가지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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