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노사가 서로에게 제기한 형사 고소 취하 등에 합의하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2일 오전 9시 총파업 투쟁 종료를 선언했다. 이로써 259일째 이어진 ‘구본홍 저지 투쟁’도 사실상 종료되었으며, 노조원들은 오는 3일 새벽 5시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YTN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임금, 단체협약 재개를 위한 실무교섭을 시작해 △회사는 노조와 노조원에 대한 형사 고소 취하 △노조는 회사와 회사 임직원에 대한 고소, 고발, 소송 취하 △노조 및 노조원은 사장과 임직원들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종료 등 9개 조항에 합의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YTN타워 1층에서 열린 총파업 정리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선중 기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고민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외부 여론을 의식한 듯 “‘미흡하다’ ‘굴욕적이다’ ‘졸속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이제부터는 공정방송과 해직자 복직을 위한 싸움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며 “이제 YTN을 흔들려는 정치권의 야합과 공정방송을 흔들려는 행위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10시30분 15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노사 합의 배경, 해직자 복직 문제, 지난 259일간의 투쟁 성과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 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에서 YTN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밤 노사합의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선영
◇ 노사 합의 배경

먼저 현덕수 기자는 노사 합의 배경에 대해 “오늘 오전 10시30분에 있었던 노종면 지부장의 구속적부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4명 체포로 시작된 국면 등 YTN 상황에 대한 대내외적 중재 노력이 시작되었기에 투쟁을 현 단계에서 정리하자는 부분(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의 반발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용수 비대위원장은 “어려운 결정이었고, 노조원들의 반발을 살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노조원들이 신뢰해줬다”며 “노조원들이 비대위의 결단을 믿고 따라줘 큰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 과정에는 노종면 지부장의 지침이 포함됐다.

김선중 기자는 “노 지부장의 면회, 변호사 접견 등을 통해 협상 과정 전반에 노 지부장의 지침을 받았다”며 “최종 합의 문안은 노 지부장이 알지 못할 것이지만, 이런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노 지부장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덕수 기자는 “공정방송 쟁취 명분은 훼손되지 말아야 하고,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고 합의에 대한 노 지부장의 지침 일부를 전했다.

◇ 합의내용에 해직자 복직은 없어

이번 합의문에는 해직자 복직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해직자 문제는 YTN노조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에 따라 법적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유신 기자는 “법원의 판단을 예단할 수 없겠지만, 당시 회사가 징계에 대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 과정에서 회사 쪽이 해직자 복직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냐’는 질문에 김선중 기자는 “합의서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쪽과 구두로도 합의된 부분이 없다”면서도 “250일 넘게 이어진 YTN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해고자 복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YTN사태가 완전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해고자 복직을 강력히 요구했는데 회사 쪽에서 이 부분을 거부했다”며 “해고자 복직을 끝까지 요구해 협상을 깰 건지 고민하다가 양보하면서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구본홍 사장 인정 여부는

YTN노사는 서로에게 제기한 고소, 고발,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YTN노조가 지난해 9월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며 회사 쪽을 상대로 제기한 ‘YTN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도 취하했다.

구본홍 사장 인정 여부에 대해 현덕수 기자는 “구본홍씨를 인정하는 여부는 여러분(기자들)이 판단해 달라”며 “지난 259일 동안 투쟁 과정에서 공정방송에 대한 신념을 스스로 확인했기 때문에 방송인으로서 자세가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외쳐왔는지 이 부분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문에 노조와 노조원은 사장과 임직원에 대한 적대행위 종료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항의하지는 않기로 했다”며 “YTN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낙하산 때문으로, 구본홍씨 개인에 대한 미움은 없다”고 말했다.

◇ 259일 투쟁 성과는?

‘지난 259일 투쟁의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유신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기자로서 지켜야 될 본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라며 “공정방송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수 권력이 아닌 시청자들을 기준으로, 누구를 위해 방송해야 하는지 판단하게 되었다”며 “지난 250일간 투쟁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격려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 노사 공정방송 제도화 노력

이번 합의에서 노사는 보도국내 임의기구인 공정방송점검단을 해체하고, 노사는 향후 공정방송 제도화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선중 기자는 “공정방송점검단 해체를 선언했고, 이후 노사 실무협의를 통해 공정방송 정착화를 위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며 “이전이 공정방송 점검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공정방송을 제도화하기 위한 단계로 격상된 것이다. 공정방송에 대한 부분은 노사 모두 동의했기에 제도화 자체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종면 지부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이날 오전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지난 1일 YTN은 노조와 노조원에 대한 고소 취하 사실 등을 담은 합의 내용을 검찰에 알렸으며, YTN은 2일 오전 석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구속 탄원’을 제출했다. 노종면 지부장의 석방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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