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최소 50억 규모 이상 비자금 운용 주장이 지난 29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의해 제기 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한겨레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은 면피 수준에서 기사화하고 있다. '1등 광고주 삼성'이기 때문에 언론인의 생명과도 같은 정론직필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언론은 광고주의 유혹과 협박에서 벗어나 삼성 비자금의 진실을 국민에게 낱낱이 알려야 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29일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담은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는 공개한 차명계좌 4개의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하며 삼성이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를 이용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보관하거나 자금세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위 '삼성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 실체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비자금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란 강한 의구심과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전 국민을 술렁이게 만드는 큰 의혹임에도 '삼성X파일'에서도 그러했듯이 대부분의 언론은 애써서 '삼성 비자금'을 눈감으려 하고 있다. 언론이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벌떼 같이 일어나 기사화하고 언론의 본질까지 논란을 벌이며 보도했던 '신정아 관련 사건'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신정아 관련 사건'은 광고가 붙고, '삼성 비자금'은 광고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권력으로부터는 독립했지만, 자본에게는 휘둘리는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공공의 영역이 무너진 언론의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밖에 없고, 언론개혁의 사명을 지닌 시민사회연대 단체로서의 자괴심도 있다.

이런 현실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다. 언론은 정론직필을 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존재이유이다. 더 이상 '1등 광고주 삼성'이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적 기업으로서 건강한 기업 삼성을 만들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는 첫 걸음으로서 언론은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언론이 힘들고 어렵지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당당히 독립할 때 국민과 시민사회는 언론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는 언론은 언론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언론은 '삼성 비자금' 보도에 정론직필 해라.

2007년 10월 3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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