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McCartney <Pure McCartney>

비틀스(The Beatles)와 비교하면 이상하리만큼 (한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게 폴 매카트니의 솔로 경력이다. 비틀스 시절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부분의 인기곡을 썼던 게 폴 매카트니였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의 솔로 앨범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는 폴 매카트니란 이름으로 활동한 이후로도 계속해서 좋은 명곡들을 써왔다. <Pure McCartney>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베스트 앨범이다. 첫 솔로 앨범 <McCartney>(1970)에서부터 최근작인 <New>(2013)까지 45년을 음악인생을 망라하는 선집이다. 2장짜리 스탠다드 앨범과 4장짜리 디럭스 앨범이 있다. 비틀스 이후의 폴 매카트니를 알고 싶은 이에게 가장 좋을 모음집이다. 모든 선곡은 폴 매카트니가 직접했다.

생각의 여름 <다시 숲 속으로>

포크의 근본주의자. 오직 목소리와 통기타뿐. 그리고 2절과 후렴을 반복하지 않고 끝내는 단순한 구성. 이런 특성 때문에 생각의 여름은 포크의 근본주의자라 불리기도 했다. <다시 숲 속으로>엔 변화가 생겼다. 때에 따라 후렴을 반복하기도 하고, 더 즉각적으로 전해지는 사운드의 변화도 있다. <다시 숲 속으로>엔 통기타뿐 아니라 하모니카 소리도 들리고 바이올린 소리도 들린다. '봄으로 달려나가는 다니야르'나 '침묵에서' 같은 곡에선 일렉트릭 기타가 노래만큼이나 큰 역할을 하며 여운을 남긴다. 이 변화들 사이에서도 생각의 여름의 고유한 색은 그대로다. 여전히 정제된 말들로 훌륭한 시어를 쓰고, 그 시어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조금은 뾰족하게 전달되기도 했던 음악의 정서는 이제 좀 더 여유롭게 전해진다. 성공적인 변화. 여유롭고 다채롭다.

얼스바운드 <Artown>

얼스바운드는 라이브로 먼저 접했다. 그 뒤에 앨범 <Hangover>를 들었다. 물론 <Hangover>는 좋은 앨범이었다. 곡들의 매력도 있었고 연주자들의 개성도 잘 담아냈다. 하지만 먼저 라이브에서 접했던 라이브의 에너지는 거세돼있었다. <Hangover>의 뒤를 잇는 두 번째 앨범의 관건은 이거라고 생각했다. 라이브에서 전해지는 에너지와 즉흥성을 담아내는 것. 결과만 말하자면 <Artown>은 성공이다. 무려 16곡을 더블 시디로 담아냈지만 개별 곡의 매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무엇보다 공연 때마다 자주 연주했던 '국화'나 'Hip a Hip' 같은 곡들의 에너지를 잘 담아냈다. 여전히 조였다 풀었다, 밀고 당기는 훌륭한 연주가 거친 에너지와 함께 <Artown>에 담겼다.

오대리 <레퀴엠>

단 4곡만이 들어있는 앨범이지만 인트로를 제외하곤 각각 22분-21분-32분의 재생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앨범 <국풍 '13>을 구성하고 있던, 과거에서 가져온 수많은 샘플 조각들로 <국풍 '13>이 '옛 것'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면 <레퀴엠>은 현재 사회를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것처럼 보인다'고 쓴 이유는 수많은 이미지와 상념을 일으키는 이 앨범이 하나의 해석만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국풍 '13>이 갖가지 기묘한 이미지와 장난기를 갖고 있었다면 <레퀴엠>은 주제에 맞게 진득하게 어두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앨범의 주제와 긴 재생 시간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탄탄한 사운드 구조와 변주, 그리고 샘플이 이를 희석시킨다. 긴 호흡의 감상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XXX <KYOMI>

2015년을 빛낸 이센스의 <The Anecdote>에 유일하게 참여한 래퍼 김심야가 프로듀서 프랭크와 함께 결성한 엑스엑스엑스의 첫 결과물이다.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 건 프랭크가 만들어낸 일렉트로닉을 중심에 둔 사운드다. 프랭크가 만들어낸 사운드는 하나의 곡 안에서도 계속해서 변주하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돼 감탄을 자아낸다. <The Anecdote>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김심야의 랩은 프랭크가 만든 사운드와 조응하며 특유의 무드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메시지란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KYOMI> 안에서 하나의 악기처럼 랩을 쏘아낸다. 힙합 그 이상의 음악을 알리는 인상적인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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