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뉴스타파>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관련 의혹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보도는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유포되었고, 각 온라인 게시판은 밤새 이 동영상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에는 '회장님'이 너무도 선명하게 등장하고 그분의 '성매매'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으며, 일련의 과정에서 '회장님' 주변인들이 한 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7월 22일 하루가 지났음에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이건희'와 '<뉴스타파>'가 젤 높은 순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가 되고 있는 연예인들의 고소 사건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파장이 일고 있다.

침묵하거나 신중한 태도 견지하는 언론

그런데, 이상하다. 최근 연예인들의 성 관련 고소 사건에서 지상파, 종편 그리고 세상의 '언론'이란 이름을 가진 모든 매체들이 앞 다투어 수백, 수천 건을 쏟아붓던 '성'과 관련된 뜨거운 사건인데, <뉴스타파>가 영상을 공개한 어제부터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 몇몇 방송사를 비롯한 매체들은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한겨레> 보도(이건희 ’성매매 의심’ 동영상, 보도 꺼리는 매체는?)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아직 이에 대한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소유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특히 최근 언론 사찰과 관련하여 물의를 빚고 있는 KBS는 자정 무렵 관련 기사를 인터넷으로 올렸다가 삭제했고, 다음날 오전 11시께에 다시 기사를 올렸다

JTBC <뉴스룸> 캡처

궁금하다. 박유천 '고소'와 관련된 뉴스를 단독 보도로 최초 보도했던 JTBC가 과연 오늘 밤 <뉴스룸>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종편의 각 프로그램들은 하루 프로그램의 70%를 이건희 씨에게 할애할지, 생생하게 현장을 재현했던 <디스패치>는 과연 이번에도 그날의 사건이나 일련의 행태를 동영상보다 리얼하게 그려낼지, 그리고 최근 박유천 사건과 관련하여 사실을 확인치 않은 보도로 '권고' 조치를 받은 MBC <PD수첩>은 이건희 회장 특집을 마련할까?

유상무에서 박유천 그리고 강정호, 이진욱으로 이어진, 이른바 '준공인'들에 대해 지난 몇 달간 '아님 말고 식'의 선정적 보도를 가감 없이 쏟아부었던 '언론'들이 이번에도 '공평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보도할까?

<뉴스타파> 보도 이후 단 하루가 지났음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언론들의 모습은 재벌과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에 대한 '잣대'가 이중적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소'하고 말 것도 없이 한눈에 보기에도 '분명한' 내용임에도, 신중하게 접근하며 혹여나 '삼성'에 누가 될까 삼성의 공식 입장발표처럼 '이건희' 회장 개인의 사생활로 축소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언론의 이중 잣대

(이미지=뉴스타파)

이건희 회장보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더 공인이었단 말인가? 혹자는 그렇게도 말한다. 이건희 회장, 그리고 그의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아닌가라고. 그러니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니냐고. 혹은 생사도 불분명한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 말에 더 어폐가 있다. '재벌'만 한국을 대표하고 '한류 스타'나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스포츠 스타는 한국을 대표하지 않는단 말인가?

박유천 고소 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의 팬들이 요구한 것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고소'에 불과한 사건에 섣부른 '여론 재판'을 자제해달란 것이었다. 그런 팬들의 요구처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경찰은 '성폭행'과 관련한 혐의 사실을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일시적 결론과 상관없이 박유천은 성폭행 관련 고소라는 사실이 보도된 이래, 그의 모든 행태 심지어 심리적 이상이라는 기괴한 추측성 해석까지 곁들여 '인격 살인'에 가까운 언론 폭격을 당했다. '성'과 관련된 윤리적 사안에 아량의 여지는 없다는 듯 가차 없는 기사가 쏟아부어졌다. 어제 오늘 신중한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보도 태도와 달리.

과연 <뉴스타파>의 보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영화 <내부자들> 속 묘사가 거짓이 아닌, 실사판 재벌의 행태임을 '폭로'하기 위한 것일까? 동영상 게재 이후 보여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윤리'에 대한 이중적 기준과 '언론'이라는 이름의 민낯이다. 그토록 윤리적이고 '성'에 대해 엄격한 듯했던 '언론'의 공적 사명이란 게 얼마나 자의적이며 '자본'의 취약한 것인가를 절절히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또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 그간 <뉴스타파>는 이건희 동영상 이전에도 세월호를 비롯하여 다수의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보도해왔다. 하지만 이건희, 그것도 '성'과 관련된 동영상이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은, 황색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포르노' 언론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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