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명의 소녀들을 내세워 바람몰이를 했던 엠넷의 <프로듀스 101>는 시작 전부터 논란을 품었었다. 소녀들의 간절함을 볼모 삼은 천박한 상업주의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려처럼 시작부터 논란을 불러왔던 이 프로그램은 어찌 되었든 논란을 먹으며 성공했다.

천박한 자본주의;
프로듀스 101이 남성들을 위한 건정한 야동이라는 한동철 국장의 위험한 발언

연예인은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는 공간은 이제는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고착화되고 있는 사회적 신분제에서는 한계가 명확해져버린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교육부 고위간부가 언급했던 신분제는 성문화하지만 않았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하는 집단에서 이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는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이상 이 세상은 바뀔 수 없다.

케이블 채널이 늘어나며 방송은 무한 경쟁 시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 시대가 되었다. 지상파 프리미어가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CJ 계열의 케이블 채널들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Mnet 서바이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선두주자는 드라마와 예능을 제작 송출하는 tvN이다. 최고의 작가와 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그들의 공격적인 전략은 성공했다. 지상파가 안주하는 사이 tvN은 변화를 선택했고, 결과는 상상도 하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제 많은 이들은 tvN을 '드라마 왕국'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만큼 채널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엠넷은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채널이다. 최근 종영된 <쇼 미더 머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성공시키기도 했던 엠넷은 하지만 '악마의 편집'으로 뭇매를 맞는 채널이기도 하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들의 행동은 많은 이들을 분노로 이끌기도 했다.

"'프로듀스101'을 여자 판으로 먼저 한 건,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출연자들을 보면 내 여동생 같고 조카 같아도 귀엽지 않나. 그런 류의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남자 판은 반대로 여자들에게 야동을 만들어주는 거다. 예전에는 비의 무대 영상이 여자들에게 야동이었다고 한다.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게 남자 판 '프듀'다. 남자 판이 파괴력이 있어서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쇼 미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101> 등을 이끈 엠넷의 한동철 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1명의 소녀들을 내세운 <프로듀스101>을 '건전한 야동'이라고 표현했다. 걸그룹 멤버로 대중 앞에서 서고 싶다는 꿈을 가진 소녀들을 담당 국장은 야동의 주인공으로 인지했다.

한 국장은 <프로듀스 101>은 남성들을 위한 야동이고 <소년 24>는 여자들을 위한 야동이라고 규정했다.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것이 제작자의 임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꿈을 위해 도전하는 소년 소녀들을 야동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단 사실은 경악스럽기만 하다.

Mnet <소년24>

논란이 되자 한 국장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라고 표현하고자 사용한 단어가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켜 당황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단어만이 아니라 그가 추구했던 가치가 문제라는 사실을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대상을 사물화하고 이를 통해 철저하게 이익만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인격을 가진 객체는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철저하게 출연자들을 상품으로만 보는 순간 그들에게는 그 어떤 가치관도 주어질 수 없게 된다. 철저하게 그 상품을 잘 포장해 판매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결국 허무함만 남길 뿐이니 말이다.

저급하고 추악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 대통령 민정수석이 수천억대 땅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진실들을 보면 우리사회가 과연 정상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것도 모자라 당장 사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옹호하는 현실은 비정상일 뿐이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언론, 저급한 예능과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대한민국은 '지옥도'를 보는 듯하다. 한 국장은 막장으로 치닫는 현재의 예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예능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를 너무나 솔직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어린 소녀 소년들의 꿈마저 야동으로 만드는 기성세대가 과연 정상일까?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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