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남자 주인공과 그 만화를 그린 만화가의 딸이 실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10년 동안 연재했던 만화 속 주인공을 죽이며 마무리하려던 작가에 반해 뭔가 이상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기이한 현상 속에 만화가의 딸이 깊숙하게 개입되며 전혀 다른 결과를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신과 피조물의 대결;
강철과 오연주의 만남, 만화 속 현실이 실제를 넘어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만화 속에서 갑작스럽게 피 묻은 손이 나와 연주를 그 안으로 끄집어들인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이게 사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가 없다. 눈앞에 있는 환자를 구해내지만 그게 바로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랄 수밖에 없는 연주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연주는 아무리 이를 설명하려해도 설명이 안 된다. 세상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이 실제라고 믿을 수 있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것이 만화가 되어 연재되는 상황. 그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혼란스러워 하는 가운데 아버지가 돌아왔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W〉

돌아온 아버지를 찾아가보지만 별 말이 없다. 분명 뭔가가 변하기 시작했지만 침묵을 지키는 아버지가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연주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누구도 믿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말할 수도 없다. 고민만 깊어지는 상황에서 연주는 아버지가 만화 'W'의 주인공인 강철을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카페에 왔다 이 말을 듣게 된 연주는 그렇게 다시 만화 속으로 들어선다. 이번에는 만화 속 누군가의 개입도 없이 그대로 극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강철을 살리겠다는 일념만 존재하는 연주는 이름만 바뀐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강철이 입원해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 향한다. 포타슘을 투약해 죽이려던 작가의 의도는 연주가 개입하며 실패하고 만다.

호텔 옥상 위에서 갑작스러운 피습을 받고 죽어가던 자신을 살렸던 여자. 그 여자가 갑작스럽게 사라졌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도 자신을 죽이려는 범인을 막아 세우며 구했다. 두 번이나 자신을 구한 이 여자가 궁금하기만 하다. 자신이 공격을 받을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만 엉성한 변명만 하는 이 여자는 여전히 의심스럽고 이상할 뿐이다. 자신과 측근들 사이에 주고받은 대사까지 알고 있는 연주는 강철에게는 이상한 존재일 뿐이다.

사건 조사를 하기 위해 경찰이 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연주는 강철에게 자신을 이곳에서 몰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만화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연주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이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강철의 도움을 받아 몰래 빠져나온 연주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W〉

버스 정류장에 앉아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연주는 자신의 시계가 정신없이 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더 말도 안 되게 하는 이 허무한 상황은 시간의 변화였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는 강철이었다. 그렇게 강철을 만난 연주는 이미 두 달이 지났음을 알고 놀란다.

단 몇 초가 두 달이 된 현실 속에서 연주는 강철에 이끌려 '프리티 우먼' 행세를 하게 된다. 옷을 사주겠다는 그 앞에서 연주의 고민은 어떻게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느냐 뿐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첫 만남에서 '계속'이라는 단어가 곧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 연재로 넘어가기 전 마무리를 위해 그는 극적인 상황을 준비한다. 강철의 뺨을 때리면 다음 회로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변화가 없다. 때리는 것도 아니면 키스를 하면 달라질까 해서 키스까지 하지만 이것도 답이 아니었다. 괜한 행동으로 연주는 강철에게 '이 구역의 미친 X'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간 그곳에서 연주는 현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화가 전개되고 있음을 알게 된 만화가 오성무는 혼자 작업을 하겠다며 홀로 떠난다.

강철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성무는 그렇게 강철을 교통사고로 마무리하려 하지만 만화 속 현실은 강철을 보호한다. 모든 시간이 멈추고 홀로 움직일 수 있는 강철은 극적으로 교통사고를 피하게 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세 번이나 살아난 강철은 깨닫게 된다. 연주가 분명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W〉

오성무는 딸과 언쟁을 하면서 자신은 신이라고 말한다. 만화가가 만든 세상 속에서 자신은 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 심판이라고 했다. 자신이 창조했던 피조물은 어느 순간 괴물이 되었고, 그 괴물이 신마저 집어삼키려하고 있다고 한다.

신의 영역에 들어서려는 인간을 벌하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신의 승리이지만 <W>에서는 그 공식을 부정하고 있다. 만화가에 의해 창조된 주인공은 어느새 만화가가 이끌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는 단계가 되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작가에 대항하기 위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만화가의 딸이 연결되고, 그렇게 그들의 대결 구도는 사랑을 품고 이어지게 되었다. <W>는 분명 흥미롭다. 만화가와 그 만화가가 창조한 캐릭터의 대결, 그리고 그 대결 구도 속에 만화가의 딸이 연결되며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행태도 매력적이다.

만화를 벗어나 현실 속의 인물이 되거나 만화가의 딸이 만화 속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가능한 이 드라마가 과연 어떤 과정 속에서 결론을 맺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강철에게 연주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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