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력 개입 확인’이라는 경찰발 KBS 리포트가 윗선의 지시로 인해 제작됐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서울MBC도 대구MBC에 성주 군민의 폭력성을 부각한 리포트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MBC 언론노조 도건협 지부장(왼쪽), 매일신문 언론노조 권성훈 지부장(오른쪽) (언론노조)

21일 오전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대구MBC 언론노조 도건협 지부장은 지난 15일 황교안 총리의 성주 방문 이후 “서울MBC 보도국에서 성주군민들의 폭력을 앞세우고 경찰이 폭력을 엄단하기 위한 집회를 했다는 리포트를 제작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도건협 지부장이 리포트 요구를 거부하자, 서울MBC는 대구MBC가 찍은 영상을 가지고 자체 리포트를 제작, 이날 <계란, 물병 투척 몸싸움, 철회만 요구...성주 ’과격 시위‘>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또한 17일 연합뉴스가 ‘성주군 집회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보도를 내자, 서울 MBC는 대구MBC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도건협 지부장은 “이를 확인해보니, 그날 집회에 외부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 위원장은 당일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라며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발언한 것은 공동위원장 개인의 입장이지, 투쟁위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란 걸 들었다고 서울MBC에 전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MBC는 17일 자체적으로 <성주 투쟁위 ’평화집회‘ 약속, 경찰 ’외부세력‘ 개입수사>란 리포트를 냈다. 도건협 지부장은 “서울MBC가 직접 현장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상으로 봤을 때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건협 지부장은 19일 한 언론사 기사에서 거론된 ‘외부세력’이 자신도 안면이 있는 성주 거주 사회단체활동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MBC는 19일에도 <성주 사드 배치 반대시위에 외부인사 참여 확인>이란 리포트를 내보냈다.

도건협 지부장은 “서울MBC는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한 기자와 PD를 현업에서 배제시켰지만, 지역MBC는 인원수가 적어 그게 불가능했다”며 지역MBC가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도건협 지부장은 이어 “서울MBC와 대구MBC를 비교한 기사가 나가고 있는데, 조만간 압력이 들어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도건협 지부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해 “정부와 여당 마음대로 언론과 방송을 요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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