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가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이정현녹취록’ 사태와 관련한 청와대의 보도개입 등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자 하기 위한 자리였다. “KBS 이사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21일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공사의 공적책임에 반하는 경영행위에 관한 건>으로 소집됐다.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세월호참사 관련 정부비판 뉴스에 대해 “빼라”는 등의 지시를 한 것이 폭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자 공식 안건으로 제출한 것이다. 특히, KBS 내부에서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명으로 비판한 정연욱 기자가 제주로 인사조치 되는 등 ‘보복인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도 하다.

7월 21일 KBS본부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의 모습. 성재호 본부장이 언론장악 청문회 청문회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미디어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KBS이사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당 추천 이사 6명이 불참하면서 회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당 추천 이사 중 이인호 이사장만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 이사는 공동성명을 통해 “KBS는 이정현녹취록과 관련한 파문과 고대영 사장의 사드 보도에 대한 지침성 발언 의혹 그리고 그에 따른 기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둘러싸고 큰 혼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방송 KBS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하고 시정을 요구하려 소집했던 이사회가 6인 이사들의 집단적 불출석으로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정현녹취록이 지난달 30일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KBS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해당 사건이 <뉴스9>에 등장한 것은 사건 발생 11일만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연욱 기자의 제주총국 발령에 대해서도 이들은 “비정상적인 인사”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기자들의 항의성)사내게시판 글을 삭제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밖에서 KBS는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후폭풍을 다룬 해설 위원도 타 부서로 발령냈다. 또, KBS대구총국에서는 현장기자들의 보고가 본사로부터 무시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고대영 사장과 보도국 간부들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보도방침에 맞추기 위해 불공정한 보도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또한 언론의 자유를 존립근거로 삼고 있는 방송사가 사내에서 진실을 외면하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자기모순적인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공영방송 내에서 자행되는 보도개입 문제를 규명하고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했었다”며 “그런데, 이사 6인이 불참하면서 이사회가 무산됐다. 이들의 행위는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고의결기관으로 설치된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며 방송법이 부여한 자신들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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