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뉴스에서조차 화면해설과 수화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방송사가 태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방송이 실적 채우기나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보도·교양 위주, 그리고 채널별 특성을 고려해 장애인방송 목표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 최근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이석우)에서 보고받은 ‘지상파 4사(KBS MBC SBS EBS)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사의 프로그램 장르별 장애인방송 편성실적’ 현황 자료와 프로그램 목록 자료를 보면, 방송사들이 사실상 목표에 실적을 짜맞추는 수준으로 지적할 만한 대목이 많다. 정부는 각 방송사업자의 장애인방송 편성비율을 규제하는데, 지상파는 화면해설과 수화통역이 각각 10%, 5%이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화면해설 8%, 수화통역 4%다.

사업자별로 보자. KBS 1TV는 2015년 전체시간의 29.2%에 보도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화면해설은 아예 하지 않았고 수화방송을 7.3% 편성하는데에 그쳤다. 보도프로그램 시간의 4분의 1에만 수화방송이 이루어진 것이다. 2TV는 연간 편성시간의 90%를 교양과 오락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으나 수화방송은 하나도 없다. EBS는 전체 프로그램의 90% 이상이 교양프로그램이고 화면해설방송을 한 교양프로도 11.1%나 되지만 정부가 정한 목표를 갓 넘긴 수준이다.

MBC는 보도, 교양, 오락 등 모든 장르에 화면해설방송을 고루 내보냈으나 오락프로그램만은 유독 수화방송을 제작하지 않았다. 정부가 정한 목표에 실적을 맞춘 수준이다. SBS는 보도프로그램에는 화면해설이 전혀 없고, 오락프로그램에는 수화방송을 1분도 내보내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에도 문제는 많다. 4사 모두 보도프로그램에는 화면해설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와 TV조선은 교양과 오락프로그램은 아예 수화방송을 하지 않았다. 채널A는 수화방송 편성실적이 목표의 2배이나, 수화방송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이 새벽 4시에서 아침 8시 사이에 하는 것들이다. MBN 또한 정부 목표를 달성한 수준 정도다.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보도프로그램에만 화면해설과 수화방송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YTN은 전체 편성시간의 4.17%에만 수화를, 8.55%에만 화면해설을 내보냈다. 연합뉴스TV는 같은 기준으로 5.7%, 8.1%다. 두 사업자 모두 정부가 정한 목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방송이 실적 짜맞추기 식으로 제작되다보니 장애인의 시청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점이다. 시청자재단이 이재정 의원에 보고한 장애인방송 세부 목록을 보면, EBS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자가 메인뉴스에 화면해설과 수화통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아침뉴스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운로드: 2015년도 장애인방송 세부 목록

일례로 KBS는 국제뉴스 위주로 수화방송을 내보낸다. SBS가 지난해 수화통역을 제작한 교양프로그램은 장애인의날을 맞아 내보낸 60분짜리 다큐멘터리 한편뿐이다. JTBC는 인기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의 화면해설방송을 지난해 돌연 중단했다. 편성비율만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정부 규제가 헐거운 탓에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과 알 권리가 제약되는 것이다.

이재정 의원은 “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 수화통역은 최소한의 정보를 습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동일한 권리를 누리기 위한 당연한 요구사항이지만 방송사들의 외면 속에 소외되고 있어 방송사의 반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화면해설과 수화통역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교양프로그램에 적합한 화면해설과 보도프로그램에 적합한 수화통역을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15년도 장애인방송 편성의무 평가 결과’에는 각 방송사의 목표와 실적은 나와 있으나 장르별 실적은 없다. 방통위는 2015년 사업자들의 목표 달성률이 97.2%라며 “장애인방송 의무화 제도가 비교적 양호하게 안착되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업체명 구분 연간 방송시간(단위: ) 연간편성비율(%)
보도 교양 오락 보도 교양 오락
한국방송공사 1TV 폐쇄자막 149,237 277,893 66,485 29.2 54.4 13
화면해설 - 28,560 21,215 - 5.6 4.2
수화방송 37,065 2,915 - 7.3 0.6 -
2TV 폐쇄자막 43,660 190,865 207,175 9.9 43.2 46.9
화면해설 - 36,205 20,720 - 8.2 4.7
수화방송 13,075 160 - 3 0 -
한국교육방송공사 폐쇄자막 7,830 421,880 - 1.7 92 -
화면해설 - 51,015 - - 11.1 -
수화방송 7,800 17,830 - 1.7 3.9 -
㈜문화방송 폐쇄자막 104,965 177,225 234,010 20.3 34.3 45.3
화면해설 17,250 6,515 27,770 3.3 1.3 5.4
수화방송 22,400 6,900 - 4.3 1.3 -
SBS 폐쇄자막 94,950 181,880 220,005 19 36.6 44.3
화면해설 - 27,380 24,045 - 5.5 4.8
수화방송 30,940 60 - 6.2 0.1 -
연합뉴스TV 폐쇄자막 387,105 16,020 - 73.9 3 -
화면해설 42,885 - - 8.1 - -
수화방송 29,990 - - 5.7 - -
YTN 폐쇄자막 366,095 26,236 1,869 69.65 4.99 0.36
화면해설 44,940 - - 8.55 - -
수화방송 21,900 - - 4.17 - -
JTBC 폐쇄자막 115,170 116,255 198,970 21.9 22.1 37.9
화면해설 - 36,025 11,185 - 6.9 2.1
수화방송 24,690 - - 4.7 - -
MBN 폐쇄자막 137,500 150,075 110,015 26.2 28.6 20.9
화면해설 - 20,720 28,380 - 3.9 5.4
수화방송 20,840 560 - 4 0.1 -
TV조선 폐쇄자막 157,980 142,320 121,240 30.13 27.14 23.12
화면해설 - 15,815 28,390 0 3.02 5.41
수화방송 22,240 - - 4.24 - -
채널A 폐쇄자막 131,830 151,245 131,240 25.3 29 25.2
화면해설 - 44,975 4,840 - 8.6 0.9
수화방송 16,390 26,760 - 3.1 5.1 -
※ 2015년 실적 기준, 출처 : 16년 7월 각 방송사업자 제출자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