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보도 외쳤더니 지역발령 웬말이냐”
“부당인사 철회하고 고대영은 사과하라”
“청와대 보도지침 공영방송 다 망친다”

KBS가 시끄럽다. 이정현녹취록이 공개 된 후 청와대의 보도 개입 정황이 분명해졌지만 KBS 경영진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일선 기자들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보복인사’로 돌아왔다. 여기에 성주 사드배치 보도 지침 논란에 대해서도 일선 기자들의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 뉴스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본질을 외면한 채 ‘외부세력’ 개입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1일 신관 로비에서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최근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당초 결의대회는 본관 로비(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사측이 출구를 막아 장소를 급하게 옮겨야 했다.

KBS 사측이 민주광장 입구를 폐쇄해서 신관에서 결의대회가 진행됐다ⓒ미디어스

보복인사의 당사자 정연욱 기자, “언론인에 대한 심각한 위협”

이날 결의대회에서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 칼럼(▷링크)을 기고했다가 제주총국으로 발령받은 정연욱 기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KBS 정연욱 기자(사진=언론노조)

“지난 3월 경인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인사 때에는 대상에 포함될 리가 없기에 관심 끄고 있었는데, 술렁술렁해서 들어가 봤더니 김진수 해설위원 인사가 보이기에 ‘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제 이름이 있었다.…(중략)…한국기자협회에서 글 청탁을 익명으로 요청받았다. 청와대의 보도개입에 대해 KBS 기자의 시선에서 봐달라는 거였는데 이름을 가릴 만한 수위가 아니어서 실명으로 내달라고 요청드렸다. 간부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고 하더라고 했는데 전 무사할 줄 알았다. 국부장단 성명을 보니 (저와 관련해)‘회사 이름 팔아 이름값 올렸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모멸감을 느꼈다”_정연욱 기자

정연욱 기자는 “(이정현녹취록 사태와 징계, 보복인사 등과 관련한)43기 (낮은)기수 기자들의 성명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며 “기자로서의 저널리즘에 대한 자세에 입각한 글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의 행보는 언론인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언론사에서 언론인에게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꼭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정연욱 기자는 회사의 인사조치에 따라 다음 주부터 제주로 출근해야 한다.

7월 21일 KBS본부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의 모습ⓒ미디어스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안녕하시냐고 묻기 어려운 시절”이라면서 “지난주 금요일 노조 성명(해설위원에 대한 인사 조치 관련)이 나간 이후 해설위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30년 넘은 기자들을 상대로 밤낮으로 불러 추궁을 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KBS가 감사를 벌이려면 사장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개탄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사드 관련 ‘보도지침’ 논란에 대해서도 “전국기자협회 성명의 내용은 간단하다”며 “본사가 현장 취재기자의 말을 듣지 않고 ‘경찰의 외부세력 확인됐다’라는 글을 강요했다는 거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취재부장이 리포트를 하게 된 상황에 대한 성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고대영 사장의 사드 관련 발언 이후 KBS 뉴스를 보라. 아무런 지침 없이 양심에 따라 방송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느냐”고 반문했다.

향후, KBS본부는 정연욱 기자에 대한 보복 인사 등에 대해 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대영 사장님, 청와대로부터 전화 받았습니까?”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KBS 보도본부 국·부장단’ 성명을 언급하며 “‘무사할 줄 알았냐’라고 했다고 한다”며 “감사하다. 언론노조가 향후, 보복인사 등 소송을 진행할 때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7월 21일 KBS본부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의 모습ⓒ미디어스

“‘사드배치 관련해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KBS 고대영 사장은 그것부터 답변을 해야 한다. <방송법>에서는 정부정책을 보도하더라도 반대 의견을 충실히 보도해야한다고 되어 있다. 균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문법>에도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KBS 보도국 간부들에게 묻고 싶다. KBS 뉴스가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하고 있나. 만일 기여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정연욱 기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그리고 해설위원과 정홍규 전 공추위 간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철회하라”_김환균 위원장

KBS 결의대회에는 언론노조 지본부장들이 함께 자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KBS 고대영 사장이 안광한 사장에게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MBC를 따라가고 있다”며 “그 결과는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도의 추락”이라고 지적했다.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KBS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내외부세력에 맞서 싸워달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KBS 구성원들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BS를 흔드는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청와대와 정치권력이 아니냐”며 “또, 내부세력은 그들과 결탁한 이들이다. 기자들이야말로 김인영 보도본부장의 명을 잘 따르고 있는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EBS 홍정배 지부장은 “EBS 또한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편으로 논란이 됐었다”며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EBS를 교육부에서 가져가라고 막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KBS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EBS를 교육부가 가져가고 KBS는 청와대로 가져가려는 게 아닐까 싶다.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CBS 안성용 지부장 또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모인 KBS 분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7월 21일 KBS본부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의 모습. 성재호 본부장이 언론장악 청문회 청문회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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