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이 무산된 직후 케이블TV방송협회는 유감을 표명하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케이블TV 발전 및 실효적 공정경쟁 정책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매각이라는 자구책도 정부 결정으로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관련 진흥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반응을 보였다. 미래부 최재유 2차관은 20일 “이르면 올해 내로 유료방송 발전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유료방송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고 어떤 (지원) 정책을 담을지 고민해 이른 시일 내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을 유료방송 발전 계획은 케이블방송에 맞춰지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통신사업자의 IPTV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반면 케이블방송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련의 지표인 가입자수, 매출액 등에서 ‘이미’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상황은 역전된 지 오래다.

또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결합판매 경쟁에서 케이블방송이 KT를 비롯한 IPTV를 따라가기는 어려워 격차가 벌어지면 벌이지지 좁혀지기는 힘들다. 케이블TV방송협회도 “케이블TV는 방송과 인터넷 상품에 아무리 투자해도 이동통신 결합상품이라는 반칙행위에 의해 경쟁이 봉쇄되고 있다”며 “이동통신사들의 약탈적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결합상품에서 이동통신을 제외하거나 현금마케팅을 통한 시장 파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T CI(KT 홈페이지 캡처)

최근 정부 입장에 앞서 KT가 케이블방송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혀 한 때나마 관련 업계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KT는 케이블 산업하고 같이 상생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당사자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모 언론에 의해 “케이블의 결합상품에 이동통신상품을 제공하는 안을 KT가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케이블방송계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의 발언 시점은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선언이 발표된 이후였다. 발언의 진의를 의심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판 깨기 위한 립서비스”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KT에게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마침 미래부가 유료방송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정부 정책방향과 보조를 맞추면 될 일이다. KT도 언급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KT가 유료방송 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자신들의 케이블방송과의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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