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언론인이 있다. 한 언론인은 250일 넘게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 앞장서다 회사 쪽으로부터 수차례 고소 당한 뒤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됐고, 다른 언론인은 <PD수첩>을 통해 광우병 관련 보도를 한 뒤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다 마포대교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전자는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이고, 후자는 이춘근 MBC PD이다.

이들의 구속,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이 속한 언론사 노조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계, 시민사회 단체,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도 10년 만에 나타난 언론인 구속과 검찰의 무리한 <PD수첩> 수사 및 제작진 긴급체포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 26일 YTN옆에서 열린 언론인 체포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종면을 석방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송선영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YTN과 MBC는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소속 기자와 PD의 구속, 체포 소식과 관련한 두 언론사의 시선은 명확하게 갈린다.

YTN “사법처리, 전적으로 사법당국 판단”

YTN은 지난 25일 “조합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는 전적으로 사법당국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며 “어떤 해법도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반면 MBC는 지난 26일 ‘이춘근 PD 긴급 체포와 관련한 회사 입장’을 통해 긴급 체포에 유감을 표하며, 제작진 수사로 인한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 위축을 우려했다.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YTN은 노 지부장 구속과 관련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YTN은 지난 2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사법처리 절차는 전적으로 사법 당국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며 “공권력의 집행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YTN은 오늘 회사 공지를 통해 노조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회사에만 떠넘기고 있지만 조합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는 전적으로 사법당국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회사는 이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떤 해법도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공권력의 집행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만큼 지혜로운 상황판단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YTN 보도자료)

YTN은 나아가 26일 공지를 통해 MBN에 시청률이 뒤처진 점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파업은 안 된다. 조합원들은 파업을 풀고 업무로 복귀하라. 24시간 뉴스채널의 이미지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다”며 “파업을 계속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MBC “언론 본연 기능 위축 우려”

반면 MBC는 “<PD수첩> 제작 PD를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 체포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수사가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사건이 원만하게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해 법률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MBC 여의도 사옥. ⓒ미디어스

MBC 보직 간부 PD들도 27일 입장을 내어 “제작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야할 사랑하는 후배 PD가 눈앞에서 끌려가는 현실을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본다”며 “상식과 언론정의를 전면 부정하는 검찰의 비이성적, 야만적 도발이 현실화된 것을 목도하며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우리는 선배 프로듀서로서 정치권력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고 있는 후배 PD들에게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수단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알려 나가겠다”면서 “검찰은 지금 즉시 이춘근 PD를 석방하고, 관련 PD 및 작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검찰의 이러한 행위가 정당하고 순수한 법집행이 아닌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지난 시기 우리 방송인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쌓아 올린 방송민주화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며 “현 정권 들어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비판 언론 길들이기의 한 방편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YTN노조원 “일부 간부들, 직장폐쇄 이야기 하고 다녀”

현재 YTN 내부에서는 매일 열리는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노종면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노조원들을 제외하고는, 간부들 및 경영진 사이에서 노 지부장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 노조 관계자가 전했다. 다른 노조원은 “일부 간부들이 ‘계속 파업을 하면 직장 폐쇄까지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지난 24일 노 지부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당시 석방을 촉구하는 보도국 부탐장들의 탄원서가 제출되긴 했으나, 누가 참여했는지 등은 내부에서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YTN노사의 이견은 지난 27일 보도된 YTN 리포트 “YTN 대체근로 중단하라” vs “일터 복귀하라” 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났다.

▲ YTN 리포트“YTN 대체근로 중단하라” vs “일터 복귀하라” 화면 캡처.
“사측의 불법 경영,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터무니 없는 임금 삭감 안에 대해서 저희 조합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합법 파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측은 대화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위원장의 구속 수감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임장혁, YTN 파업 비상대책위 위원)

“노조가 공식적으로는 7.2% 임금 인상안을 회사측이 거부했기 때문에 하는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해고자 복직, 구속자 석방 등을 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합법을 가장한 불법파업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백, YTN 경영기획실장)

노종면 지부장 체포 과정에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다가 그가 구속된 뒤 유감을 표한 YTN. 반면 긴급체포 뒤 곧바로 회사 입장을 내어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우려한 MBC. 결과적으로 노종면 지부장은 구속되었고, YTN노조원들은 구속 소식에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이춘근 PD는 27일 밤 석방돼 MBC노조 집행부의 축하를 받으며 환한 얼굴로 서울중앙지검을 나섰다.

‘후배’의 구속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YTN의 모습은, 어쩌면 지난해 7월 구본홍 사장 선임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원들이 “선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간부들을 향해 목놓아 울던 그 때, 이미 예견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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